文 '통상전략' 재편...美 복귀 타진·中 가입 움직임에 선제대응

[文대통령 "CPTPP 가입 검토"]
G2 무역전쟁 속 눈치보기·샌드위치 위험 최소화
RCEP 이어 '거대 시장'...글로벌 FTA로 영토 넓혀
기업들 "CPTPP 가입 득실 신중히 따져 접근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7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CPTPP) 가입 검토를 공식화한 것은 미국과 중국 간 주도권 경쟁에서 균형추를 잡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우리나라가 사실상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RCEP)에 참여한 만큼 조 바이든 행정부가 복귀를 추진하고 있는 CPTPP에도 가입해 조화를 이루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특히 최근 중국마저 CPTPP 가입 의사를 밝힌 만큼 우리도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다만 CPTPP가 RCEP보다 더 높은 개방도를 가지고 있는 만큼 제조업과 농업의 추가 개방도 요구된다.


■中 눈치보다 다자주의 왕따 될 수도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중국이 CPTPP 가입 의사를 밝힌 것을 거론하며 “우리의 통상 전략을 전향적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중 갈등 사이에서 더 이상 눈치만 보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 회의에서 “CPTPP 가입을 적극 고려하겠다”는 ‘깜짝 발언’을 했다. 중국이 ‘다자주의, 자유무역 복원’을 표방한 바이든 정부보다 앞서 다자 무역을 주도하겠다는 ‘선수’를 친 것이다. 중국의 이 같은 변화에 청와대와 정부의 CPTPP 논의도 급물살을 탄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미국이 기틀을 마련한 CPTPP에 가입 의사를 밝힌 만큼 정부로서도 더 이상 중국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통상 당국을 중심으로 CPTPP 가입 영향 등을 따지고 있던 상황”이라며 “조만간 관계 부처 간 공식 논의 채널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와 첫 FTA 체결 효과


CPTPP 참여국은 일본을 비롯해 캐나다·호주·뉴질랜드·싱가포르·멕시코 등 총 11개국이다. 총 무역 규모는 2조 9,000억 달러로 전 세계에서 15%가량을 차지한다. 한국이 CPTPP에 가입하면 지난달 최종 서명한 RCEP에 이어 또 한 번 거대 시장이 열리게 된다. 한국의 CPTPP 국가 대상 수출은 지난 2017년 현재 1,336억 달러로 총수출의 23.3%, 수입은 1,254억 달러로 26.2%를 차지하고 있다.

CPTPP 가입으로 가장 주목되는 효과는 멕시코와의 첫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다. 멕시코는 한국 15대 무역국으로 대표적인 무역 흑자국이다. 한국은 멕시코에 자동차와 부품, 평판 디스플레이, 센서, 철강판 등을 수출하고 멕시코로부터 원유와 금속광물, 아연광 같은 원자재를 수입하는 상호 보완적인 무역구조다. 무역협회는 “CPTPP 가입으로 관세가 철폐될 경우 자동차 부품과 중소형 자동차, 타이어, 플라스틱 제품 등에 대한 멕시코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일본과의 FTA 체결 범위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RCEP를 통해 이미 일본과 처음으로 FTA를 ‘간접’ 체결했지만, RCEP를 통한 한국과 일본 간 관세 철폐 수준은 83% 수준에 그쳤다. 중국·호주·뉴질랜드(91~100%)는 물론 아세안에 비해서도 크게 낮다. 그러나 CPTPP 개방도는 일본이 95%, 뉴질랜드와 말레이시아·브루나이·싱가포르는 개방도가 100%에 이른다. 이밖에 CPTPP 가입으로 이미 한국과 FTA를 체결한 베트남·말레이시아 등 국가와의 통상 관계도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산업 득실 따져야

경제 단체들은 CPTPP 가입에 대해 국내 기업의 득실을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설송이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팀장은 “아직 미국 바이든 캠프에서 CPTPP 가입 이야기가 나온 게 아니라 현지 싱크탱크에서 CPTPP 가입 이야기가 나온 상황”이라며 섣부른 접근을 경계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노동·환경 분야에서 더 높은 기준을 요구할 것이라는 점은 우려스러운 점이다. 이성우 대한상공회의소 글로벌경협전략팀장은 “미중 무역 분쟁과 신보호무역주의 때문에 다자간 FTA로 관세를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남방·신북방 시장 다변화를 위해서는 양자 협정이 중요한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윤홍우·변수연기자·세종=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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