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상법 일부 개정법률안 등을 처리하기 위해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장으로 향하는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박주민 의원들을 향해 손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막무가내식 ‘입법 독주’가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계속됐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모두 반발하는 고용·노동 관련 법안까지도 ‘개혁 입법’이라며 밀어붙였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안건조정위원회로 제지를 시도했지만 여당의 기세를 저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시작된 노사정 간의 사회적 대화 취지마저 21대 첫 정기국회 종료를 앞두고 무너지고 있다.
국회 환노위는 이날 여당 단독으로 전체 회의를 열어 특수 고용직 3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보험료징수법)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여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강행 처리에 항의 뜻으로 불참했다. 특히 민주당은 특고 3법 통과 직후 다시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노동조합법, 공무원노조법, 교원노조법 개정안 등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과 관련된 법안까지도 속도전에 돌입했다. 법안심사소위는 차수를 넘기며 ILO3법 심의를 진행한 끝에 자정을 넘겨 9일 0시 30분경 법안 심사를 마쳤다. 다시 환노위는 강은미 정의당 의원의 참석 아래 오전 1시 30분경 속전속결로 전체회의를 개의한 뒤 오전 2시 40분경 ILO3법을 최종 처리했다. 제1야당 없이 고용·노동 법안의 입법 질주를 그치지 않고 일사천리로 진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공약 '노조법'
산재·고용보험·보험료징수법 의결
산재보험법의 경우는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 제도를 유지하되 신청 사유를 제한해 엄격히 관리하기로 했다. 적용제외 신청은 질병·부상, 임신·출산·육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제한하며 적용 제외 가능 사유도 예외적으로 정한 취지를 감안해 단서 조항을 삭제하도록 했다. 특고 14개 업종이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지만, 본인이 신청하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문제는 보험료 부담을 꺼리는 사업주가 이를 악용해 적용 제외 신청을 강요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예산 범위 내에서 보험료를 지원하는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법 개정안도 의결했다.
아울러 환노위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의 상한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의결했다.
한편 이날 전체회의에 참석한 유일한 야당인 강은미 의원은 노조법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정회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ILO 3법이 노동자에게 얼마나 중요한데 (민주당이) 도둑질처럼 새벽에 법안을 졸속 처리하려 하냐”고 발언해 여당 의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법을 ‘날치기’로 일관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앞서 환노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입장문을 내고 헌법적 가치관에 부합하는 노동법 질서를 형성해야 한다고 민주당에 촉구했다. 김웅 의원은 “ILO 핵심 협약 비준과 관련해서도 노조법에 중요한 부분을 개정하겠다는데 경사노위 협의가 깨졌다”며 “이 법이 그대로 통과되면 노동계·경영계 모두 반발이 생긴다”고 우려했다. 실제 노조법의 경우 노사 누구도 반기지 않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재계는 사용자의 대항권을 위해 파업 시 대체 근로 투입까지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노동계는 단체협약 유효기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 사업장 내 주요 업무 시설에 대한 전부·일부 점거 쟁의행위 금지 등이 사용자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