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선진국 수준의 배당은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주가 하락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 생겼네요. 언제쯤 규제가 아닌 주주를 위한 정책이 나올지 안타깝습니다.”
연말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분위기가 뜨겁게 달궈졌다. 그러다 보니 한동안 매수를 자제하던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도 회복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앞서 양도세와 대주주 기준 논란 때처럼 고조된 분위기에 또 한 번 찬물을 끼얹었다. 이달 금융감독원이 금융지주에 올해 배당을 제한하라는 의견을 전달했다는 소식에 인터넷 주식 카페와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을 중심으로 타당성 논란이 일고 있다.
올해 개인 투자자에게 금융주 배당 축소 소식은 유독 달갑지 않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에도 3·4분기 주요 금융지주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지난달부터 금융주에는 배당 기대감과 함께 주가 회복을 기대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같은 기간 국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 자본 비율은 16.02%로 지난 분기에 비해 1.46%포인트 올랐다. 건전성도 상승한 셈이다. 미국의 중앙은행과 영국의 건전성 감독청 등 글로벌 주요국들이 금융권의 배당 자제를 결정한 만큼 한국도 코로나19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당국의 설명에도 배당 축소를 이해하기 어려워진 이유다. 일부는 주가 하락을 우려하기도 한다. 배당 성향이 50%를 넘는 미국 등 금융주 대비 국내 금융주의 배당 성향은 절반 수준인 만큼 배당이 축소되면 매력을 잃게 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물론 금융주가 저평가된 만큼 주가 하락은 제한적일 수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당국의 계속되는 규제 발언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점이다. 은행권은 주주 가치도 중요하지만 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고민스러운 모습을 내비치고 있다. 이 사이 금융주의 주가도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최대 피해자는 개인이다. 올해 코스피가 글로벌 주요 증시 중 유독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동학 개미에 있다는 점에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국내 증시를 지켰다며 이달 초 열린 국무회의에서 동학 개미에 고마움을 표했을 정도다. 하지만 당국의 말과 행동은 사뭇 다른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일방적인 규제보다는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과 절차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