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주의 외치면서 민주주의 무너뜨리는 與

문재인 정권이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되레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무너뜨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7일 청와대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민주’라는 말을 여러 차례 꺼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정기국회는 한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 역사적 시간”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지금의 혼란이 민주주의와 개혁을 위한 마지막 진통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여당이 국회에서 보인 행태는 정반대였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 대표가 8일 원내 대책 회의에서 “이제 결말을 봐야 할 시간”이라고 운을 떼자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와 전체회의를 잇달아 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을 2시간여 만에 군사작전 하듯이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저지했지만 민주당은 반대 토론과 심의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의석의 압도적 우위로 밀어붙였다. 이와 함께 상법 개정안 등 기업 규제 3법을 상임위에서 여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여당이 밀어붙이는 법안들은 하나같이 위헌 논란을 빚고 있다. 헌법에 없는 공수처를 설치해 기소권을 부여하는 법은 권력분립 원칙에 어긋난다. 야당에서 공수처가 입법·행정·사법부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유다. 상법 개정안은 재산권 침해, 대북전단 금지법은 표현의 자유 침해, 국정원법 개정안은 인권 침해 논란을 낳고 있다. 여권은 절차와 내용 측면에서 모두 민주주의를 훼손하면서 ‘민주’로 포장하는 이율배반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법무부가 10일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를 강행하려는 것도 검찰 독립성을 무너뜨리는 처사다. 거대 여당을 만들어준 4·15 총선의 표심은 협치와 더 큰 책임감으로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라는 데 있다. 입법 독주를 하라는 것이 결코 아니다. 최근 여권 지지율이 급락하는 이유는 독선과 오기의 정치에 있다. 여당이 9일 본회의에서 입법 폭주를 멈추지 않는다면 민심은 더 멀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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