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메르켈 빚 고백…'갚겠다' 약속해 국민이 신뢰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5일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지금껏 써보지 않은 대규모 예산을 투입했고 새로운 국가 채무가 많이 생겼다”며 사상 최대 적자예산의 필요성을 진솔하게 얘기했다. 그는 그러나 “재정 지원을 끝없이 지속할 수 없다. 2023년부터는 국가 채무를 갚아나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독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연초 60% 미만에서 72%까지 올랐다.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지만 100%를 넘는 미국 등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하지만 패전과 통일의 후유증으로 엄청난 부채와 인플레이션을 경험했기에 지도자가 직접 나서 나랏빚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의지를 밝히고 국민들의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메르켈의 솔직한 리더십은 한국 상황과 대비된다. 우리 정부와 여당은 코로나19를 극복한다는 명분 아래 무차별적으로 재정을 투입했다. 8일 발표된 10월 말 기준 중앙정부의 채무는 한 달 만에 12조 6,000억 원이 늘어나 812조 9,000억 원에 달했다. 내년 558조 원의 본예산 편성으로 국가 채무는 956조 원에 이르고 국가 채무 비율은 47.3%까지 치솟는다. 하지만 우리 지도자들은 급증하는 국가 부채의 문제점을 고백하기는커녕 재정 상태를 자랑하는 데 여념이 없다. 그나마 마련한 재정 준칙은 ‘무늬만 준칙’일 뿐이다.

정부는 재정을 화수분처럼 여기면서도 경제구조 개혁을 전혀 추진하지 않고 있다. 독일이 2000년대 초반 유럽의 병자(病者)에서 탈출하기 위해 하르츠 개혁으로 대변되는 강력한 체질 개선 작업을 단행한 것이 부러울 따름이다. 덕분에 독일의 노동 유연성은 2003년 80위에서 2019년 38위까지 뛰어올랐다는 평가도 있다. 그들은 코로나19로 비어가는 나라 곳간을 채우겠다고 나섰다. 그런데 우리의 지도자들은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나랏돈 쓸 궁리만 하고 있다. 이런데도 우리 경제가 병자로 추락하는 일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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