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권욱기자
월가 최대 투자은행 중 한 곳인 JP모건이 최근 주가가 급등한 셀트리온(068270)과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에 대해 ‘팔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자 쏟아진 외국인의 투매에 8일 두 기업의 주가가 급락했다. 지난 9월에 이어 재차 외국계 투자은행의 ‘셀트리온 때리기’가 재연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한달간 주가 급등 과정에서 개인의 두 종목에 대한 빚투가 총 8,500억원에 달하는 가운데 이날 쏟아진 물량마저 개인들이 사들이며 향후 두 종목의 주가 추이에 따라 매수 주체의 희비가 엇갈리게 됐다.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JP모건은 전날인 지난 7일 낸 ‘한국 2021년 전망’ 보고서에서 투자를 피할(Avoid) 종목으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한화생명, 삼성중공업을 선정했다.
4개 종목을 뽑으며 셀트리온 3사 중 두 곳을 선정한 데다, 유독 셀트리온에 인색한 평가를 내렸던 그간의 전력이 더해지며 JP모건이 다시금 셀트리온에 대해 사실상 ‘매도’ 보고서를 낸 배경에 증권가의 관심이 모아졌다.
JP모건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향후 주가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제시한 이유는 본업의 수익성 악화였다.
JP모건은 셀트리온에 대해 “코로나19 치료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유럽과 미국에서의 본업인 바이오시밀러 시장점유율 감소와 유통업자의 재고증가로 2021년 이익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며 “현재 주가는 고평가된 상태”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목표가로 지난 7일 종가의 40만 3,500원의 절반에 불과한 21만원을 제시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해서는 “재고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유럽시장의 점유율 하락과 경쟁에 따른 약가 인하 압력이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고, 직접 마케팅을 하기 위한 운영비용 증가도 마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목표가는 7만8,000원으로 지난 7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종가인 17만1,800원의 45%에 불과하다.
셀트리온 주가
두 종목의 JP모건에 대한 영향은 이번에도 유독 컸다. 보고서가 발간된 직후인 8일 두 종목의 주가는 지난 7일 종가인 40만3,500, 17만1,800원에서 각각 13.26%, 16.71% 하락한 35만원, 14만3,100원에 장을 마쳤다. 같이 피할 종목으로 선정된 삼성중공업은 0.29%, 한화생명은 0.23%만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두 종목 역시 목표가가 1,200원, 3,600원으로 지난 7일 종가의 절반 정도의 수준에 불과하지만 낙폭은 제한됐다. 다시 한 번 외국계 투자은행의 ‘셀트리온 때리기’가 재연되고 현재까지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JP모건을 비롯한 외국계 투자은행은 그간 셀트리온에 대해 인색한 평가를 이어왔다. JP모건은 지난 9월에도 셀트리온에 대해 목표가를 19만원,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목표가를 7만원으로 제시한바 있다. 당시 주가의 40%, 30% 수준이었으며, 이로 인해 셀트리온의 주가가 6% 하락한 바 있다. 당시 주가 대비 현저히 낮은 목표주가를 제시한 보고에 대해 셀트리온이 이례적으로 “해당 보고서가 경쟁사 대비 부정적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짜맞추기식 내용으로 구성됐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맞서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18년 8월13일에는 골드만삭스가 목표 주가를 당시 주가의 절반 수준인 14만7,000원으로 제시하자 셀트리온의 주가가 4.23% 내린 바 있고, 같은 1월에는 도이체방크가 목표 주가를 당시 주가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8만7,200원으로 제시하면서 이틀간 12%가 넘게 급락하기도 했다.
일부 주주들은 다시금 조직적인 공매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유독 공매도가 성행하는 종목이다. 지난 4일 기준 셀트리온의 공매도 잔고 주수는 721만주, 금액은 2조7,418억원이고,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공매도 잔고 주수는 255만주, 금액은 3,823억이다. 공매도 잔고금액 기준 각각 코스피와 코스닥 1위다. 이들은 셀트리온의 지난 7일 대차체결주수가 전 거래일의 70배가 넘는 248만주에 달했다는 점을 들어 공매도 를 위한 보고서가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두 종목에 대해 추가 매수에 나선 개인과 보고서의 의견대로 ‘차익 실현’에 나선 외국인 중 누가 웃을지도 관심사다.
지난 4일과 7일 각각 50만주와 22만주를 순매수했던 외국인은 보고서가 나온 이후인 8일 셀트리온을 약38만주 순매도했다. 기관도 이날 셀트리온을 4만주를 순매도하며 6일 연속으로 순매도세를 이어갔다. 반면, 개인이 42만주를 순매수하며 물량을 모두 받아냈다. 외국인은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이날 무려 56만주를 순매도했다. 대신 기관 1만주, 개인은 무려 55만주를 순매수했다.
두 종목의 주가가 최근 급등락하며 변동성이 커진 모습을 보이고 있어 예상이 어긋나는 쪽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연일 신용융자가 사상 최고치를 찍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 빚투 자금도 두 종목에 쏠리고 있어 자칫 손실이 커질 경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지난 7일 기준 개인 신용잔고는 셀트리온이 5,115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가 3,413억원으로 각각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