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들어 카드사들이 단기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을 늘리고 있습니다. 은행처럼 예금 등 수신 기능이 없는 신용카드사들은 주로 외부 자금 차입을 통해 영업 규모를 확대하지요. 2015년 24조원이던 카드사들의 자기자본은 올해 26조6,000억원으로 약 2조7,000억원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차입금은 30조6,000억원이나 늘었습니다.
특히 은행들이 카드부문을 분사하고 신용카드사들이 대형화되면서 회사채 발행 규모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대부분 금리를 낮추기 위해 3년 미만 만기물을 조달하고 있습니다. 여전사의 경우 ‘일괄신고제’라고 해서 회사채를 발행해도 따로 시장의 수요예측을 거치지 않아 간편하지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서도 카드채 발행 여건은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 단기 자금(1년 미만)들의 만기를 장기화하는 모습도 올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단기금융시장의 유동성이 늘어나자 회사채와 비슷한 3~3.5년 만기 장기 기업어음(CP)을 발행하는 것이지요. 시장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에서도 이같은 만기 확대를 권장했다고도 하고요. 지난해에도 장기CP를 발행했던 신한카드, 삼성카드(029780), 현대카드는 물론 올해 우리카드도 분사 이후 처음으로 장기CP 발행에 나섰습니다. 단골손님인 롯데카드는 올해만 무려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장기CP를 통해 조달했지요.
연말 들어 카드채 강세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중금리가 상승하면서 캐리트레이드(금리 차에 따른 수익 실현) 매력이 떨어진 AAA급 초우량물보다는 향후 수익성 상승이 기대되는 A~AA급 여전채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지요. 다만 카드채의 금리스프레드가 코로나19 이전까지 빠르게 회복되면서 추가 강세 가능성에 대해서는 불확실하다는 평가입니다. AA+등급 카드채 스프레드는 8일 기준 33.2bp(1bp=0.01%포인트)로 최근 한 달 간 10bp 넘게 줄었습니다.
코로나19 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만기를 중장기물로 확대해 선제적으로 차환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대부분 발행이 채무상환자금인만큼 만기 구조를 다변화해 혹시 모를 시장 침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1년 이내 단기물을 3년짜리 장기CP로 확대하고 있지만 대부분 투자자 풀이 겹쳐 효과가 적다는 분석입니다. 사채의 인수주체가 증권사 등에 치중돼 있어 이들 금융사에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경우 카드사들까지 차환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민경기자 mk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