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주52시간 준비 안돼...뿌리산업이라도 유예를"

중기단체협, 계도 연장 호소
신용강등 대책 마련도 촉구

김기문(왼쪽 다섯 번째) 중소기업중앙회장을 비롯한 주요 중소기업단체협의회 소속 단체장이 9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 52시간 근로제 계도 기간 연장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재고, 코로나19 피해 기업에 대한 별도 신용 등급 평가 기준 마련을 요청하는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사진 제공=중기중앙회

정부가 내년 1월부터 근로자 300인 미만 중소기업들도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을 강행할 계획인 가운데 중소기업계가 조선업, 건설업, 뿌리 산업만이라도 계도기간을 추가로 연장해 처벌 등을 유예해 달라고 촉구했다. 현재 주 52시간을 넘겨 근로하는 중소기업 10곳 중 8곳이 준비가 안 될 만큼 내년 시행이 물리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올해 매출이 감소한 중소기업의 경우 내년에 신용 등급 하락이 불가피한 만큼 별도의 신용 평가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본지 11월 17일자 1·5면 참조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해 16개 중소기업 단체로 구성된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업과 건설업, 뿌리 산업은 근로시간 조정이 어렵고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다”며 “이들 업종을 포함해 주 52시간제 준수가 곤란한 업종만이라도 계도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주 52시간제를 시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중소기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경영 여건이 악화된 가운데 고질적인 인력난도 겪고 있어 내년 시행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주 52시간제를 이행하기 위해 인력을 증원할 수 없고 근로시간이 단축된다면 납품 거래 기한을 지키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코로나19로 중소기업의 39.0%가 주 52시간제 도입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로하는 업체도 83.9%가 준비를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뿌리 산업 등 전통 제조업과 중소 건설업은 현장에서 숙련된 기술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며 “코로나19로 외국인 근로자도 입국을 못해 정상적인 공장 가동과 건설공사가 어려운 상황인데 주 52시간제 도입이 쉽게 되겠느냐”고 반발했다.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주 52시간제 도입을 강제하면 대부분의 기업들이 범법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협의회는 이어 내년 중소기업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매출 감소로 신용 등급 하락이 불가피한 만큼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을 위한 별도의 신용 평가 기준 마련도 요청했다. 협의회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코로나19로 매출 감소가 예상되는 만큼 올해 매출을 기준으로 내년 신용평가를 할 경우 신용 등급 하락으로 대출금리 인상과 한도 축소, 만기 연장 불가 등이 우려된다”며 “특히 신용 등급이 하락하면 중소기업의 주된 판로인 공공 기관 입찰도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협의회는 신용 평가를 할 때 최고 3년 내 최고 매출액 기준으로 심사하거나 업력을 인정하는 등 코로나19 상황에 맞는 평가 기준 도입 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협의회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도 재고해 달라고 촉구했다. 중대재해를 막기 위한 법 취지는 이해하지만 사업주에 대한 과도한 처벌을 한다고 해서 재해를 줄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협의회는 중소기업 대부분이 오너 경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무자의 실수로 오너가 직접 처벌을 받을 수 있게 돼 경영공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대기업과 달리 경영시스템이 취약한 중소기업은 오너의 경영 공백이 길어지면 폐업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주 52시간제 계도 기간 연장이 안 된 업종은 처벌이 아닌 정부의 시정·지도가 필요하다”며 “주 52시간제 보완 입법인 탄력근로제 확대가 담긴 근로기준법도 국회에서 조속하게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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