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 가계부채 총량관리를 주문하면서 그동안 한도를 줄이고 금리를 올렸던 은행들이 아예 대출 문을 하나둘씩 닫기 시작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4일 금융감독원은 부원장보 주재로 시중은행 가계대출 담당 임원(부행장급)들을 모아 가계대출 관리 동향 및 점검 화상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 측은 지난달 가계대출이 급증한 것을 언급하며 9월 제출한 연내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반드시 지켜달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월 9조 4,195억원 급증한 666조 9,716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신용대출이 4조 8,495억원 늘어났다. 지난달 13일 연봉 8,000만원 이상 고소득자의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에 대한 규제를 예고하자 ‘일단 받아놓고 보자’는 막차수요가 몰린 여파다. 주택담보대출도 4조 1,354억원 증가했다.
이에 KB국민은행은 9일부터 연말까지 대출상담사를 통한 주택담보·전세대출 모집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대출상담사를 통한 대출을 막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연말까지 강하게 대출 총량을 관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 역시 8일자 공시를 통해 비대면 신용대출 주력 상품인 ‘우리 WON하는 직장인대출’ 판매를 오는 11일부터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 상품에 설정해둔 올해 대출 한도가 3조 3,000억원이었는데 연말을 앞두고 소진돼 판매를 조기 종료했다는 설명이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