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1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중진의원들과 만찬 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인 국민의힘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은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까지 동원해가며 반대 투쟁에 돌입했지만 기업 규제 3법과 친노동법에는 필리버스터 신청도 하지 않아 사실상 본회의 처리를 허용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기업 옥죄기 법안들을 무조건 처리하겠다고 밀어붙인 가운데 야당마저 재계의 호소에 외면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회는 9일 ‘기업 규제 3법’이라 불리는 상법·공정거래법·금융거래감독법과 국제노동기구(ILO) 3법(노동조합법·교원노조법·공무원노조법), 전국민고용보험법을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들 법안에 대한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지거나 기권 의사를 드러냈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기업 규제 3법 중 하나인 상법은 재석 275명 중 154명이 찬성하고 86명이 반대, 35명이 기권해 의결됐다.
야당은 공수처법 등 개혁 법안과는 달리 기업 규제 3법과 친노동법에는 필리버스터를 신청하지 않으면서 속절없이 여당에 법안 처리의 길을 열어줬다. 이날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법안은 공수처법과 남북 관계 발전법(전단살포금지법), 그리고 국정원법 3개에 불과했다.
국민의힘은 ‘합리적 원내투쟁’을 외치면서도 상임위 논의 과정에서 수수방관으로 일삼았다. 야당은 여당이 기업 규제 3법과 노동관계법들을 처리하려고 하자 일단 안건조정위원회 신청으로 맞섰다. 그러나 곧바로 안건조정위로 법안 처리를 막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자 안건조정위 신청을 철회했다.
특히 수장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앞장서 기업 규제 3법 통과를 주장하면서 야당은 전투력을 크게 상실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월 민주당이 기업 규제 3법을 정기국회 내 처리하겠다고 공언하자 “국회를 통과한다고 해도 기업운영에 크게 문제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정기국회 내 법안 처리에 길을 열어준 것이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경제 민주화’를 자신의 대표 정책으로 내세우는 김 위원장이 야당의 수장을 맡았을 때부터 이런 사태는 예견된 것”이라는 볼멘소리도 터져나왔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