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Blue)’에 매료된 한 독일인 과학 저널리스트의 ‘블루의, 블루에 의한, 블루를 위한’ 모든 것을 담은 기록이다. 파랑과 관련된 역사적 일화와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에 걸친 연구 성과를 정리했다.
어느 색인들 그렇지 않겠느냐마는, 파랑에는 색의 탄생을 둘러싼 비화와 역사가 존재한다. 1508년 미켈란젤로가 교황 율리우스 2세에게 명을 받아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에 그린 ‘천지 창조’는 세계 최대 크기의 벽화로 유명하다. 당시 율리우스 2세는 미켈란젤로에게 한 가지를 주문했는데 바로 “반드시 울트라 마린 색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모든 청색의 기준이던 울트라 마린은 많은 예술가들의 선망의 색이었지만, 안료 30g을 사려면 약 41g의 황금을 지급해야 할 만큼 비쌌다. 라피스 라줄리라는 희귀한 광석에서 추출해야 해 값이 나갔고, 이는 1824년에 인공 울트라 마린 제조법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그 값이 떨어지지 않았다. 2009년에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새로운 파란색이 발견됐다. 울트라 마린보다 깊고 선명했던 이 청색은 이트륨(Y), 인듐(In), 망간(Mn)으로 이뤄진 인민(각 구성 물질 약자를 붙인 Yinmn) 블루. 고성능 컴퓨터에 쓰일 신소재 개발에 매달리던 한 과학자가 기대했던 물질 대신에 얻어낸, 한없이 푸른 빛을 내기만 하는 (어쩌면) 실패작이었다. 그런가 하면 유대인 대량 학살의 도구로 사용됐던 ‘청산’은 18세기 프랑스의 화학자가 파란색 색소를 연구하다 발견한 물질이다.
책은 이 같은 색소 탄생의 역사부터 동식물에서 파란색을 보기 어려운 이유, 파란색이 우리 눈에 그 빛으로 비치게 되는 원리 등을 상세하게 다룬다. 레몬색(노란색), 장미색(붉은색) 등 자연의 명칭을 수식어로 다는 다른 색과 달리 청색에는 울트라 마린, 프러시안 블루, 인디고 블루 등 유독 화학·예술 용어가 많이 따라붙는 이유도 설명한다.
특정 색깔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다. 다만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력은 다소 떨어진다. 파란색과 관련한 온갖 정보를 망라했지만, 저자만큼 파랑에 대한 동경과 관심이 없는 이들에겐 두서없는 ‘블루 예찬’으로 보일 수 있다. 1만 6,800원.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