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확진자가 4만 명을 넘어선 10일 서울 송파구보건소 선별 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 세계적으로 칭송받던 ‘K방역’이 혼돈에 빠졌다. 최근 확진자 증가세가 급격하게 빨라지면서 확진자가 다른 가족과 함께 자택에서 대기하는 상황까지 발생하며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방역 당국은 부랴부랴 선별 진료소를 대폭 늘리고 신속검사 방식을 도입하겠다며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미 무증상 감염자가 일상 곳곳에 퍼져 있는 상황이어서 올해 안에 확산세를 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0일 이스란 중앙사고수습본부 환자병상관리반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정례 백브리핑에서 “전일(9일) 수도권 자택 대기 환자는 506명 정도였으며 경기 지역이 많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 반장은 “확진 결과가 나오고, 주변 센터나 병원 배정 후 이동하는 데까지 하루 정도는 걸리고, 그 이상 넘어가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특히 경기 지역에서) 생활치료센터·병상 확보 속도가 확진자 발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오늘내일 중으로 개소하는 (코로나19 환자) 직영 병원이 있어서 (자택 대기 상황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수백 명의 확진자가 자택에서 대기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 것은 최근 확진자 수 급증세와 관련이 크다.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이날 처음으로 4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19일 3만 명을 처음 돌파한 후 21일 만이다. 2만 명에서 3만 명까지 확진자 수가 증가하는 데 81일이 걸렸던 것에 비하면 매우 빠른 증가 속도다. 이처럼 확진자 수가 늘어나면서 병상이 부족해지자 1~3일까지 자택에서 대기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이다. 지난 9일 기준 수도권의 감염병 전담 병원 병상 가동률은 75.6%, 서울은 83%다. 위중증 환자가 바로 입원 가능한 병상은 서울·경기·인천의 경우 모두 5개 미만이다. 이처럼 확진자 증가 속도에 비해 병상 확보 진행이 느리기 때문에 일부 확진자가 자택에 머물게 되고,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가족이 또다시 2차 감염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빈번한 상황이다.
정부는 부랴부랴 다음 주부터 임시 선별 진료소를 늘려 검사 건수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선제적으로 확진자를 찾아내 무증상 감염자의 전파를 차단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검사 건수가 늘어나면 단기간에 확진자 규모가 덩달아 커질 수 있어 병상 부족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통상 확진자가 격리 해제되면 퇴소 후 6시간가량의 소독 시간을 거치는 등 기본 대기시간도 있기 때문에 연말까지 늘어나는 확진자 증가 속도를 방역 당국이 따라잡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상황이 이렇자 전문가뿐 아니라 지자체장마저 정부와 수도권에 대해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2.5단계에 머무는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로는 현재의 확산세를 막을 수 없다”며 “3단계로 강화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통해 전국적 확산을 조기에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