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불빛이 사라지고 출입금지선이 길게 드리워진 바닷가. 주위를 하얗게 둘러싼 해무 속에 검정 세단 한대가 지나가다 멈춰선다. 끊겨버린 출입금지선, 황시목(조승우)은 차창을 열고 이를 바라보다가 떠난다. 별 일이야 있겠나…. 그때는 몰랐다. 그 찰나의 순간이 모든 파국의 시작이 될 줄은.
이창준(유재명)이 죽고 2년, 황시목이 통영에 있던 사이 조직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검경 수사권 협의가 눈앞에 다가오자 황시목을 ‘심판’ 삼으려던 경찰에 의해 원주로 가려던 그의 발걸음은 서울에서 멈춘다. 잘 쓰면 유용하지만, 잘못 쓰면 찔리는 바늘같은 후배를 잘 알고 있는 강원철(박성근)은 그의 형사법제단 파견을 반대하며 소속 검사들에게 주의를 당부하지만 그 말은 허공에서 사라져버렸다.
왜 자신을 반대했냐는 황시목에게 그는 말한다. “갖다 쓰기 딱 좋아. 근데 너 알잖아 황시목, 그 끝이 어떤지.”
검찰이나 경찰이나 서로의 약점 찾기에 혈안이었다. 협의가 제대로 될 가능성은 애초에 없었다. 상대의 이미지를 추락시켜 판을 깨려는 검찰과, 주도권을 잡으려던 경찰의 신경전은 팽팽하게 전개됐다. 냄새 잘 맡는 서동재는 이를 놓치지 않고 우태하(최무성) 형사법제단 부장검사의 구미에 맞는 사건들을 물어온다.
지구대 팀원들이 한명을 왕따시켜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세곡지구대 사건’, 박광수 변호사가 인적 없는 도로에서 심장마비로 숨진 사건. 이 사건들을 추적해 경찰의 약점을 잡을 수 있다는 서동재에게 우태하는 틈을 조금 내어준다. 그리고 이 생존본능은 결국 자신의 목을 조여오는 화로 돌아온다.
지청장의 대리운전을 부탁받고 사무실을 나간 서동재는 순식간에 실종된다. 경찰과 검찰 모두 적극적으로 찾아 나섰지만,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여기에 넥타이와 경찰 시계가 찍힌 거짓 제보와 제보자는 범인을 세곡지구대 사건으로 원한을 가진 경찰로 몰아가고, 이로 인해 여론은 급속하게 악화된다.
단추를 하나씩 하나씩 풀어가는 황시목과 한여진(배두나) 경감. 이들은 서동재가 마지막으로 소년 범죄를 담당했다는 것에 유추해 통영 사건의 생존자를 찾는다. 결국 최빛의 뒤를 추적하려 한 서동재의 뜻과 다르게 자신의 살인이 밝혀질까봐 두려웠던 통영 사건의 범인이 그를 납치·감금했다 산에 유기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뒤따르는 증거 조작의 진실. 경찰을 압박하기 위해 선택한 우태하의 칼끝은 자신을 향한다. 한조그룹의 변호사였던 박광수, 중앙지검 공정거래 조사부장 우태하, 경찰청 정보국장의 별장 회동. 이 야합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사망한 박광수로 인해 들키지 않도록 우태하는 시신을 옮기고, 정보국장 부탁으로 현장에 온 관할 경찰서장 최빛은 이를 묵인했다.
완전히 드러난 검경과 재벌의 야합. 재벌은 힘을, 힘은 스폰서를 원했다. 권력에 대한 최빛의 욕망은 이를 묵인하는 대신 원하는 자리를 얻어냈다. 이창준의 ‘모든 것은 밥 한끼로부터 시작됐다’는 회상이 최빛으로 인해 현실이 됐다. 자신의 욕망으로 정점에서 무너지는 최빛을 향해 한여진은 소리친다. “왜 스스로 후려치세요. 그딴 손 안 잡아도 좋은 자리 가셨을 거에요. 몇 년 빠르긴 했지만 남이 앉혀줬다고 생각하잖아요. 경찰 하면서 처음으로 따르고 싶다는 마음 갖게 한 분 커리어를 내 손으로 끝낼 줄 몰랐어요.”
굳건했던 강원철 역시 끝내 덫에 빠져버린다. 이연재(윤세아)의 수라는 것을 의심하면서도 미끼를 덥석 물어 한조그룹의 손을 잡아야만 자리를 보전받을 수 있게 된 그는 단칼에 모든 것을 내던진다. 그는 이연재에게 말한다. “건들지 말아주십시요. 전 떠납니다만 황 검사는 손대지 말아주십시요. 이 선배가 이루려고 했던 것 회장님은 완성시킬 수 있습니다. 아버지 세대 하던 대로 뒷구멍에 뇌물에 편법에 회장님부터 안 그러시면 됩니다. 황시목은 돌아가신 부군께서 마지막까지 신뢰했던 검사고요. 제발 흔들지 마세요.”
강원철이 떠나고 이연재는 이렇게 답한다. “미친놈, 중앙지검 주임검사 알아내요.” 이창준이 사랑하던 아내조차 그의 뜻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현실은 지독했다.
파국이다. 잘못된 선택을 한 이들의 말로, 이들 모두 자신이 가진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조직의 힘을 잃었다. 그리고 굳건할 것 같던 조직은 그들을 아무렇지 않게 튕겨내고 다시 굳게 문을 닫았다. 그 누구도 내부를 들여다보지 못하도록.
시즌 1은 이창준이 섞어놓은 퍼즐을 하나하나 맞춰놓은 것과 같았다. 그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맞추는 순간 황시목에게 나타난 거대한 그림, 이창준의 희생은 더 큰 퍼즐 더 큰 그림을 바라보게 만드는 ‘시작’과 같았다. 그리고 시즌 2에 등장한 우태하와 최빛, 그리고 새로운 권력자들은 단 하나도 변하지 않은 ‘현실’을 일깨웠다. 이창준의 희생은 옳았을까, 대체 어디까지 도려내야 하는 건가 고민하게 할 만큼.
쉽지 않은 길이다. 이창준이 안고 뛰어내린 모든 오욕은 내부의 경멸로 바뀌어 황시목과 한여진을 향하고 있다. 그들이 선택했고 헤쳐가야 할 일이다. 표정없이, 때로는 괴롭더라도 그들은 기꺼이 다음에도 그 오욕을 뒤집어쓰며 한발 한발 정상적인 세상을 위해 나아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진리를 향해 매진하는것, 도리를 향해 나아가는것, 이는 모두 끝없는 과정이다. 멈추는 순간 실패가 된다. 변화를 향해 나아가는 것. 나의 발이 바늘이 되어 보이지 않는 실을 달고 쉼 없이 걷는 것과 같다. 한 줌의 희망이 수백의 절망보다 낫다는 믿음 아래 멈추지 않는 마음으로 다시. 시즌 3에서….
/최상진기자 csj845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