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측 특별변호인 이완규 변호사(왼쪽)가 10일 열린 윤 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 종료 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석웅 변호사./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 측이 ‘절차 농단’ ‘꼼수 회피이란 취지로 강하게 반발했던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의 ‘회피’ 시점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지난 10일 열린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에서 심 국장이 다른 사람의 기피 의결에 참여한 뒤에 회피한 것과 관련한 논란이다.
윤 총장 측 특별변호인 이석웅·이완규·손경식 변호사는 심 국장이 회피할 생각이 있었다면 다른 사람의 기피 의결에도 참여하지 않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 국장이 그러지 않은 것은 기피 의결을 하면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는 경우를 막기 위함이었다고 의심한다.
이를 두고 윤 총장 측과 징계위 측은 징계위를 마친 당일 밤부터 전날 오후까지 계속 공방을 주고 받았다. 공방 속에서 서로가 밝힌 사실을 기반으로 전체 기피 의결 과정을 재구성해봤다.
심 국장의 회피 시점이 적절했는지 여부는 향후 법정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윤 총장이 징계 처분을 받고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을 경우다.
기피 신청은 총 7개
오는 15일 다시 열린 검사징계위원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를 결정할 4인의 징계위원의 모습. 사진 왼쪽부터 징계위원장 직무대리를 맡은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안진 전남대 로스쿨 교수, 이용구 법무부 차관, 신성식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징계위원 중 한 명이었던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은 자진 회피 신청을 해 윤 총장에 대한 징계에는 참여하지 않게 됐다./연합뉴스
윤 총장 측은 10일 오전 10시30분 징계위 개최 직후 징계위원들의 면면을 확인했다. 징계위원은 이용구 법무부 차관과 심 국장,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 안진 전남대 로스쿨 교수였다. 이중 정 교수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 대신 징계위원장을 맡았다.
징계위는 윤 총장 측에게 기피 신청을 할 시간을 주고 정회했다. 오후 2시30분 징계위가 재개되자 윤 총장 측은 기피 신청 총 7건을 넣었다. 일단 공통 기피 신청으로 3명 1건, 2명 2건을 했다. ▲정한중·안진·이용구 ▲정한중·이용구 ▲이용구·심재철이다. 그리고 신 부장을 제외한 4명 각각에 대해서도 기피 신청을 했다.
징계위는 윤 총장 측을 내보내고 기피 신청에 대한 논의, 의결에 들어갔다. 기억해야 할 점은 기피 의결이 진행되려면 의결정족수가 총족되어야 한다는 것. 이날 의결정족수는 3명이었다. 이는 출석 인원 5명의 과반이다. 그리고 기피 대상자는 기피 의결에서 통상 빠진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기피 신청이 받아들여지기 위한 조건도 있다. 출석자의 과반이 찬성해야 하는 것. 즉 5명 가운데 최소 3명이 찬성을 해야 한다.
'3명 공통 기피' 1건 의결은
이 세 사람에 대한 기피 사유는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서 활동한 이력이었다. 징계위는 이 신청은 사실관계부터 틀리다고 판단했다. 이 차관은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서 활동한 이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윤 총장 측에서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징계위는 이 기피 신청이 ‘기피 신청권 남용’이라고도 봤다. 징계위 측은 “인위적인 공통 기피사유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는 윤 총장 측이 3명을 기피 신청함으로써 기피 대상자를 제외하면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는 상황을 의도했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2명 공통 기피' 2건 의결은
각 신청에 대한 의결에는 기피 대상자 2명을 제외한 3명씩 참여했다. 기피 신청이 받아들여지려면 3명 모두가 기피에 찬성해야 했다.
결국 3명 중 최소 1명은 이 기피 신청 사유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각 위원들의 찬성·반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개별 기피' 4건 의결은
지난해 12월 9일 당시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의 안내를 받으며 출근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연합뉴스
징계위는 다음으로 개별 기피 사유 검토에 들어갔다. 첫 순서는 심 국장이었다. 그런데 심 국장은 징계위에 회피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심 국장의 기피 의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출석자 총 4명이 남은 가운데 신 부장을 제외한 나머지 3명 징계위원 각각에 대한 기피 의결이 진행됐다. 의결은 각 기피 대상자 1명이 빠진 채 3명이서 의결했다.
결과는 모두 기각. 의결 참여자 3명 중 최소 1명은 이 기피 신청에 찬성하지 않은 것이다. 역시 각 위원들의 찬성·반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관건은 ‘정한중·이용구’ 기피 건
결과적으로 기피 의결은 총 6번 이뤄졌다. 심 국장에 대한 개별 기피 신청은 회피로 인해 진행되지 않은 때문이다.
심 국장은 이중 공통 기피 신청 의결 2건에 참여하였다. ▲정한중·이용구·안진 3명 ▲정한중·이용구 2명에 대한 기피 신청 의결이다.
이중 윤 총장 측이 문제로 삼는 것은 정한중·이용구 2명 공통 기피 신청에 대한 의결이다. 심 국장이 기피 의결 절차 전에 회피 의사를 밝혔다면, 의결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신 부장과 안 교수 뿐이기에 의결정족수를 3명을 채울 수 없었다는 것이다.
윤 총장 측은 전날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심재철 위원이 회피한 것은 스스로 기피사유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라며 “회피를 예정하고 있는 사람이 심의기일에 출석하여 기피의결에 참여한 것 자체가 공정성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징계위, “문제 없다”→“...”
징계위 당일에는 회의를 마친 뒤 ‘문제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냈다.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두 개의 대법원 확정 판결(2015두36126판결, 2015다34154 판결)을 거론하며 “기피 신청에 대한 의결에 참여한 후 회피하더라도 위 판결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한 것.
해당 판결들은 기피 신청이 사실상 징계위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판단되 경우 ‘기피 신청권 남용’으로 기각할 수 있다는 취지다.
따라서 징계위의 입장은 심 국장이 회피하기 전 참여한 기피 의결들이 ‘기피 신청권 남용’의 사유로 기각되었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하지만 다음날 밝혀진 사실들을 보면 이번 사례에 적용될 판결들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심 국장이 참여한 기피 의결 2건 중 3명 공통 기피 신청만이 ‘기피 신청권 남용’을 사유로 들었고 ‘정한중·이용구’ 기피 신청은 사유가 안된다는 이유로 기각됐기 때문.
징계위는 지난 11일 기자단에 보낸 추가 입장문에서는 기피 의결 순서와 심 국장의 회피 시점만 설명하고, ‘늑장 회피’ 문제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본지는 징계위원 5명 전원에게 문자를 보내 ‘심 국장의 기피 의결 후 회피의 경우도 ‘기피신청권 남용’의 틀 안에서 설명이 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혹시 판례들이 심 국장의 기피 의결 후 회피와 관련해 별도로 시사하는 부분이 있는지’ 물었으나 답이 오지 않았다.
정한중, “잘못된 주장”→“회피 시점 규정 없다”
그는 회의 직후 기자들이 ‘절차 농단’ 논란에 대한 생각을 묻자 “그것도 맞지 않는다”며 “잘못된 주장”이라고 했다.
그런데 다음날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는 “완전히 회피를 먼저 하고 하라는 규정은 없다”라며 “회피 시기를 뒤에 하든 앞에 하든 본인의 선택이지 문제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선 “변호인이 사실 관계를 오해한 부분도 있다”면서도 “다만 징계위원이 언제 회피를 해야 하는지 그 시기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측면도 있다”고 했다.
이는 ‘윤 총장 측의 잘못된 주장’에서 ‘회피 시점 규정은 없다’로 한 발 후퇴한 것으로 해석된다. 본지는 정 위원장과 이 차관에게 전화했으나 연결되지 않았고, 문자로 ‘징계법 내 회피 시점 규정이 없으니 본인(심 국장)이 알아서 한 거라는 취지가 맞는지’ 질의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