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 광역5팀 강희창 경사가 서울 광진경찰서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성형주기자
‘박사 출신의 경찰관’, ‘3대째 내려오는 경찰 가문’, ‘6년간 2번의 특진’.
보통 사람이라면 하나도 얻기 어려운 독특한 이력을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 광역5팀에서 감식반원으로 일하는 강희창 경사의 이야기다.
강 경사와 같은 광역팀 감식반원들은 담당 관내에서 발생한 사건 현장을 샅샅이 뒤져 범죄 단서를 찾아내는 역할을 한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볼 수 있듯 범행 현장에서 과학수사기법을 통해 피의자의 흔적을 채취하며 사건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게 강 경사의 임무다. 그와 같은 광역팀 감식반원들은 일선 경찰서 내에서 대기하다가 관내 형사팀의 지원요청이 떨어지면 신속히 출동해 임무를 수행한다.
강 경사는 경찰 내에서도 보기 드문 ‘박사 학위’ 소지자다. 간혹 눈에 띄는 박사 출신 경찰도 현직으로 근무하면서 취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강 경사처럼 박사 학위를 마치고 경찰에 입문하는 경우는 쉽사리 찾아보기 힘들다. 그가 대학 전공으로 범죄학을 선택한 데는 경찰이었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강 경사는 전직 경찰이셨던 할아버지는 물론 그 뒤로 33년의 긴 세월 동안 경찰복을 입었던 아버지를 바라보며 남몰래 경찰에 대한 꿈을 키워왔다.
하지만 범죄학 전공을 택할 당시만 해도 그가 훗날 경찰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2010년 박사 과정을 밟으며 대학 강의를 병행하던 도중 그는 한계에 부딪혔다고 고백한다. 오랜 시간 천착해온 범죄학 지식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일이 즐겁긴 했지만 대학원 생활만으로는 전공서적 밖의 생생한 실무경험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줄 순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범죄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지 2개월 뒤인 2013년 10월 경찰이 ‘과학수사특채 1기’를 뽑는다는 운명 같은 소식을 접했다. 강 경사는 “사실 박사 학위를 따고 경찰이 될 생각은 조금도 없었는데 이상하게 특채 공고를 보는 순간 ‘아, 이건 정말 내가 가야 할 길이다’고 느꼈다”며 “지원요건이 박사 학위자였는데 마침 학위를 막 취득한 시점이라 마치 운명처럼 느껴졌다”고 전했다. 주변에서는 ‘박사 학위까지 따고 순경으로 입직하는 게 아깝지 않느냐’는 만류도 있었지만 그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 광역5팀 강희창 경사가 서울 광진경찰서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성형주기자
‘모든 사건에서 다 배우는 게 있다’는 강 경사에게도 특별히 뇌리에 남는 사건이 있다. 2018년 ‘서울역 폭발물 설치 협박 사건’이다. 협박 전화가 걸려온 곳은 인천의 한 공중전화. 강 경사는 불특정다수가 이용하는 시설인 만큼 신속히 현장 통제를 요청했다. 이후 수화기에서 어렵게 지문을 채취한 뒤 1시간 안에 용의자 신원을 특정해 범인을 체포할 수 있었다. 수사 기법 면에서 다른 사건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수많은 인명피해가 우려돼 촌각을 다투는 사건이었다고 회상했다. 강 경사는 이 외에도 다수의 사건 해결에 기여한 공로로 인정받아 순경 입직 후 6년간 두 번의 특진을 하는 행운을 얻었다. 과학수사 분야에서 범인 검거의 공로를 인정받아 특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에겐 더욱 뿌듯한 순간이었다.
강 경사는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현장에 접목해 자신만의 과학수사기법을 벼려 나가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현장감식은 자연과학에 보다 가깝고, 대학에서 전공한 범죄학이나 심리 등은 사회과학분야에서 가까워 서로 배치되는 것처럼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감식에 앞서 현장을 재구성하거나 피해자 진술을 받을 때에는 범죄학의 이론과 지식들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앞으로 제 전공 분야의 특기를 잘 살리는 경찰관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허진기자 h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