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망디는 사실 상륙 후보지로 적합한 곳은 아니었다. 절벽이 가파르고 조수 간만의 차가 커 상륙하기 어려웠다. 독일군 역시 이를 잘 알기 때문에 연합군이 노르망디보다는 더 위쪽인 파드칼레로 올 것으로 짐작했다. 연합군은 이를 역이용해 파드칼레로 상륙할 것처럼 거짓 정보를 흘리며 적을 기만했다. 작전 개시일도 원래는 6월 6일이 아니었다. 처음 결정된 개시일은 5일이었지만 악천후로 파도가 많이 치자 연합군 최고사령관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작전을 하루 연기했다. 이후 사람들은 이날을 ‘디데이(D-Day)’로 지칭하며 작전 개시일이라는 의미로 사용했다. 디데이의 ‘D’는 십진법을 뜻하는 데시멀(decimal)의 앞글자라는 얘기도 있고 ‘Day of Days’, 즉 무척 중요한 날의 ‘D’라는 얘기도 있다.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의 전국 배송 사실을 밝히며 백신 도착일인 14일을 디데이로 지칭했다. 구스타브 퍼나 육군 대장은 “디데이는 2차 세계대전 종결의 시작이었다”며 “오늘 우리가 서 있는 지점이 바로 그곳”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코로나19 반격 소식은 일일 확진자 1,000명을 넘기며 심각해진 우리 상황과 대비된다. 방역을 잘한다고 전 세계에 홍보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백신은 요원하고 병상은 부족하고 의료진은 지쳤다. 코로나19를 퇴치할 우리의 디데이는 언제 오려나.
/한기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