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스타트업' 김선호 "지평이처럼 헌신적 연애? 정말 사랑한다면…"

김선호/ 사진=솔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명실상부 ‘대세’로 떠올랐다. 드라마와 예능 모두 섭렵하며 서서히 필모그래피를 채우던 김선호가 ‘스타트업’의 호평을 앞세워 정점을 찍었다.

연극계에선 이미 ‘엑소’로 불릴 만큼 인기도 팬도 많다. 더 많은 대중과 만나기 위해 드라마로 무대를 옮긴 김선호는 KBS2 ‘김과장’(2017)으로 데뷔한 뒤 그해 MBC ‘투깝스’, ‘미치겠다, 너땜에!’(2018), tvN ‘백일의 낭군님’(2018) 등에 출연하며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2’(2019)로 본격 주연배우로 거듭난 그는 tvN ‘유령을 잡아라’(2019), ‘스타트업’ 주연까지 꿰차며 승승장구했다.

드라마에 이어 예능까지 섭렵했다. 1년 전 KBS2 ‘1박2일’ 시즌4가 시작될 당시 인지도 테스트에서 굴욕을 맛본 김선호는 ‘예뽀’(예능 뽀시래기)라는 별명을 얻으며 데뷔 11년 만에 2020년 최고의 신예가 됐다.

지난 6일 종영한 ‘스타트업’에서는 투자 회사 수석 팀장 ‘한지평’ 역을 맡아 투덜거리면서도 해줄 건 다 해주는 ‘키다리 아저씨’ 캐릭터를 통해 ‘여심몰이’에 성공했다. 드라마는 방영 전부터 ‘너의 목소리가 들리니’, ‘피노키오’ 등을 흥행시킨 박혜련 작가와 ‘닥터스’, ‘호텔 델루나’를 연출한 오충환 PD가 ‘당신이 잠든 사이에’ 이후 다시 뭉친 작품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여기에 배수지, 남주혁이 남녀 주인공으로 가세했다.

방송이 시작되자 서브 남자 주인공이였던 김선호가 시청자들로부터 의외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역대급 서브 남주’, ‘서브병 유발자’, ‘멜로 눈깔’ 등의 수식어를 얻은 것이다. 김선호가 연기한 한지평은 직장에서는 카리스마 넘치고 능력 있는 상사지만 유독 서달미(배수지) 앞에서는 순해지는 인물이다. 달미가 15년을 마음에 담아온 편지 속 서체의 주인공으로 3년을 한 사람만을 바라보며 해바라기 같은 사랑을 그리며 시청자들의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했다. ’스타트업’을 통해 인생 캐릭터를 만난 김선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선호/ 사진=솔트엔터테인먼트 제공

Q. 종영 소감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스타트업’이라는 작품에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함께한 사람들이 끝까지 웃으면서 함께 마무리할 수 있어서 좋았다. 제작진과 배우분들, 모두 다 좋으신 분들이라 조금의 무리도 없이 행복하게 작품을 끝낼 수 있었다. 끝이라니 참 아쉽다. 저한테는 굉장히 아쉽게 느껴지고, 지평이를 못 만난다는 아쉬움이 너무 크다. ‘한지평’이라는 인물로 살아볼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Q. ‘스타트업’ 출연 계기는?

-박혜련 작가님의 오랜 팬이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너무 재밌게 봤었고, ‘피노키오’도 너무 재밌게 봤다. 오충환 감독님의 작품들도 너무 재밌게 봤다. ‘닥터스’랑 ‘호텔 델루나’까지 너무 재밌게 봐서, 함께 작업해보고 싶었다. 대본을 보니 글이 너무 예쁘고, 아름다웠다.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함께할 수 있다면 너무 좋지 않을까 싶었는데,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Q. ‘한지평’과 본인의 싱크로율은?

-한지평이라는 인물을 내가 연기했으니 50% 정도 아닐까 싶다. 지평이처럼 남들한테 차가운 말도 잘 못하고, 실제로는 좋은 집 좋은 차도 없지만, 그래도 내가 연기했으니 절반 정도는 내 모습이 묻어나지 않았을까 싶다.

Q. 기억에 남는 명장면과 명대사가 있다면?

-기억에 남는 장면은 1회에서 ‘원덕’이 어린 ‘지평’이에게 신발끈을 묶어주고 나서 “성공하면 연락하지마. 부자되고 결혼해도 연락하지마. 잘 먹고 잘 살면 연락하지마. 대신 힘들면 연락해. 저번처럼 비오는 데 갈 데 하나 없으면 와. 미련곰탱이처럼 맞지 말고 그냥 와”라고 이야기해주는 장면이다. 지평이로서도, 시청자로서도 가슴이 참 아프면서도 좋았다.

기억에 남는 대사는 2회에서 ‘원덕’이 ‘달미’와 식사하면서 “달미야, 넌 코스모스야. 아직 봄이잖아. 천천히 기다리면 가을에 가장 예쁘게 필거야. 그러니까 너무 초조해하지마‘라고 하는 대사를 좋아한다. 그러다 15회에 달미가 ’원덕‘에게 ”가을이네, 할머니 보니까 예쁘게 폈어. 코스모스가“라고 말하는 장면이 뭉클했고, 여운이 많았다.


Q. 남자 주인공인 남도산(남주혁)보다 한지평 캐릭터가 시청자들의 설렘을 더 자극했다는 의견도 많다.

- 주인공인 달미와 도산이, 수지 배우와 남주혁 배우가 극을 잘 이끌어줬기 때문에 나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그리고 주연 배우들이 워낙 인기가 워낙 많은 친구들이라, 그 덕을 많이 본 것 같다. 남주혁 배우와 수지 배우가 나오는 장면을 보고 감탄할 때가 정말 많았다.

김선호/ 사진=솔트엔터테인먼트 제공

Q. 한지평 캐릭터와 비교해 실제 연애 스타일은?

-편한 연애가 좋은 것 같다. 언제 봐도 즐거울 수 있는 친구 같으면 좋겠다. 한지평이라는 인물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나도 연애를 할 때 서로 존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하는 일, 제가 하는 일을 서로 존중받고, 존중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지평이처럼 헌신을 다해서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종종 해봤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Q. 배우들과 호흡, 케미가 좋아보였는데 실제로 어땠는지.

-수지는 이미 많은 분들께서 아시겠지만, 집중력이 뛰어나고 연기를 훌륭하게 하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연기할 때 매 순간 집중력이 뛰어나고 차분했던 것 같다. 현장 분위기도 유쾌하게 이끌 줄 아는 좋은 배우라 저도 유쾌하게 촬영했다. 남주혁는 정말 좋은 배우고 동생이다. 함께 하는 내내 많이 배웠고 매 순간 많이 웃었던 기억이 날만큼 즐거웠다. 연기할 때 늘 통통 튀는 아이디어와 센스들이 빛을 발하고, 덕분에 저도 함께 연기하는 순간을 즐길 수 있었다.

김해숙 선배님께서는 진짜 ’원덕‘이라는 인물 그 자체셨다. 선배님과 함께할 수 있어서 매 순간 행복했고 즐거웠다. 촬영 내내 정말 ’내가 이 자리에 있다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감동스럽고 영광스러웠다.

촬영 현장 분위기는 모두가 즐겁게 웃으면서 촬영했다. 오충환 감독님이 진짜 젠틀하고 멋지다. 함께하는 출연진, 제작진 모두 같이 웃고, 힘든 일이 있어도 서로 격려하고 웃으면서 해결했던 것 같다. 부드럽고 유한 분위기 덕분에 나도 편하고 즐겁게 연기하면서 함께할 수 있었다.

Q. ‘스타트업’을 통해 김선호도 성장한 점이 있다면?

-선후배 배우분들과 함께하면서 연기적으로도 너무 많이 배웠다. 호흡을 맞출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고, 내 세계가 조금 더 넓어진 느낌이었다. 뿐만 아니라 함께 연기한 배우들의 태도를 보고 느낀 부분이 많다. 지금보다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누군가에게 자극을 주는 배우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나이와 상관없이 어른스럽게 현장 분위기를 아우르면서 스태프들과 잘 지내는 모습들을 보며 많이 배웠다.

Q. 작품, 예능 활동을 활발히 하면서 ’대세‘로 떠올랐다.

-’대세‘라는 단어는 내게 너무 과분한 것 같다. 좋은 작품과 좋은 프로그램을 만난 덕분에 제가 요즘에 TV에 조금 더 자주 인사드리게 되고, 시청자분들께서 저를 접하실 기회가 많아지다 보니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지신 것 같아 감사하다. 다만, 칭찬해 주시는 것에 대해서 스스로 ’들뜨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감사하고 즐기되 대신 들뜨지 말아야지. 어차피 내가 걸어온 길과 걸어가야 할 길, 살아온 인생은 똑같으니깐 그대로 걸어가야지‘, ’소소하게 즐거워하고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와 나는 배우라는 자리에 잘 서있어야지‘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래서 연극도 더 열심히 연습한다. 중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Q. 앞으로의 활동 계획

-‘1박 2일’을 통해 계속 인사드리면서 내년 1월에 개막되는 연극 ‘얼음’이라는 작품을 통해서도 관객 여러분께 인사드릴 것 같다. 내년에는 조금 더 편안한 배우로 여러분께 다가가고 싶다. 무엇보다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이혜리기자 hyeri@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