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우울을 정세균한테 왜 푸나?... 丁 '눈치없는 자기홍보' 논란

총리실 '3컷 만화', 국민·여성 비하 논란
화난 국민들 뒤로 본인만 자비롭게 등장
비난 댓글 줄잇자 SNS에서 곧바로 삭제
'추석 홍보' '2호선 방송' '총리식당' 등
코로나 악화 속 잇딴 과욕 행보로 구설

/자료제공=국무총리실 SNS

국무총리실이 소셜미디어에 국민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울감을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풀어 달라는 ‘3컷 만화’를 올렸다가 구설수에 올랐다. 국민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앞두고 정말 우울감이 극에 달한 상황인데 총리는 그것을 자기 홍보로 활용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다. 총리실은 결국 몇 시간 만에 이 게시물을 삭제했지만 추석 정책 홍보 만화, 지하철 2호선 육성 안내 방송, 토크쇼 ‘총리식당’ 등 코로나19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정 총리의 잇딴 무리한 행보가 자칫 과욕으로 비쳐 자충수가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공식 계정은 14일 오전 ‘코로나로 힘드실 땐 총리한테 푸세요 -코로나 우울편-’이라는 제목의 3컷 만화를 트위터에 올렸다. 해당 만화에는 눈물·콧물을 쏟는 한 여성이 코로나바이러스의 멱살을 잡고 “코로나 너 때문에 밖에도 맘 놓고 못 나가고 마스크 때문에 피부는 뒤집어지고 어떻게 책임질 거야!”라며 화를 내는 장면이 담겼다. 이 여성은 이어 같은 장면에서 “코로나 때문에 화가 난다, 화가 나, 어디 풀 데 없나!”라고 외친다.

/자료제공=국무총리실 SNS

이어지는 장면에는 노란 방역 점퍼를 입은 정세균 총리가 온화한 표정으로 가슴에 한 손을 얹은 채 등장한다. 화가 난 여러 국민들의 얼굴을 뒤로 한 채 정 총리는 “모두 저에게 푸세요. 코로나 때문에 힘드시고 짜증 나고 우울한 마음 저에게 시원하게 푸시고 답답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풀리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한다.

코로나19에 따른 국민 고통을 정 총리가 함께 분담하겠다는 취지인 듯하지만 은연중 총리 자신을 알리려는 의도도 강하게 엿보인 만화였다. 같은 코로나19 시국을 겪는 상황에서 본인만 관대하고 자비로운 모습으로 등장해 스트레스에 신음하는 국민들을 타자화하는 듯한 인상도 줬다.


실제로 해당 트위터에는 이 만화에 대해 항의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총리 사퇴’ ‘여성 비하’ ‘국민 희화화’ 등을 거론하는 댓글도 있었다. 예상 밖으로 반응이 너무 좋지 않자 총리실은 만화를 올린 지 7시간 만에 이 게시물을 돌연 삭제했다. 게시물을 삭제한 이유에 대한 별도의 설명도 없었다.

/자료제공=정세균 총리 SNS

최근 정 총리가 자기 홍보로 구설수에 휩싸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 총리는 지난 9월 중순에도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캐리커처를 담은 유사한 만화를 올린 바 있다. 당시에는 ‘이번 추석엔 총리를 파세요’라는 제목의 게시물 3편을 통해 추석 때 고향을 방문하지 못하는 핑계로 총리 자신의 이동 자제 당부를 언급해 달라는 내용을 전했다. 이를 두고 “‘지금은’ 대권에 생각이 없다”면서 추석 이동 제한 정책과 함께 본인도 본격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평가가 곳곳에서 나왔다.

지난달 16일부터는 지하철 2호선에서 자신의 육성 안내 방송을 내보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국무총리 정세균입니다. 음식 덜어먹기, 위생적인 수저 관리, 종사자 마스크 쓰기. 모두가 건강해지는 세 가지 습관입니다. 함께 지켜주세요”라는 내용의 방송이다. 정 총리의 목소리는 지하철이 서초·삼성·구의·합정·낙성대역 등 2호선 10개 역에 도착할 때 방송된다.

/연합뉴스=KTV 유튜브 캡처

가장 최근 논란은 KTV 정책홍보 토크쇼 ‘총리식당’ 관련이었다. ‘총리식당’은 정 총리가 매주 한 차례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부처 장관을 초청해 식사하며 대담하는 방송이다. 12분 분량의 첫 방송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호 손님’으로 출연했다. 정 총리는 이 영상에서 음식 수레를 직접 끌고 나와 강 장관이 가장 좋아한다는 햄이 들어가지 않은 김밥과 떡볶이를 손수 날랐다. 이를 두고 상당수 누리꾼들은 “국민은 지금 친구·지인도 못 만나는데 총리는 예능을 찍느냐”는 비판을 쏟았다.

/연합뉴스=KTV 유튜브 캡처

일각에서는 정 총리가 연말연시 개각 때 옷을 벗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행보를 너무 노골적으로 보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나왔다. 더욱이 지금은 코로나19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만큼 관련 정책까지 자기 홍보 수단으로 삼을 경우 자칫 역효과만 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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