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지난 8일 문재인 대통령은 “CPTPP 가입을 계속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CPTPP의 변수였던 미국이 복귀 협상을 시작하기 전 협정에 가입하면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14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통상 당국은 CPTPP 내 국영기업 관련 규정에 대해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정부가 국영기업 관련 규정에 주목하는 이유는 CPTPP가 국영기업의 사업 영역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협정에 따르면 정부가 국영기업에 특혜를 줘 상대국 기업이 불이익을 받으면 곧장 분쟁 조정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국영기업은 정부가 지분의 50% 이상을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소유하거나, 직접 또는 간접 지분을 통해 50% 이상의 의결권 행사를 지배하는 기업으로 통용된다. 예를 들어 정부 지원을 받은 광물자원공사가 해외 자원 개발에 뛰어들거나 한국전력이 해외 원자력발전 수주에 나서 타국 업체와 경쟁을 하게 될 경우 협정에 저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무역보험공사나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 기관으로부터 우대 금리 등 혜택을 받는다면 협정에 위반될 소지가 높다”고 말했다.
협정은 ‘공기업이 순수 시장 논리에 따라 해외 사업에 참여하는 경우’는 논외로 하고 있다. 해외 프로젝트를 추진하더라도 정부의 특혜성 지원이 없으면 문제 삼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지원의 범위가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고 관련 판례도 충분하지 않아 자의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이 같은 CPTPP의 규정이 국영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해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중국을 우선 겨냥한 것이지만, 한국의 경우 정부가 공기업 지분의 5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터라 특히 취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통상 전문가는 “최근 우리 정부가 공기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점도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CPTPP 가입국인 일본의 경우 민영화를 통해 공기업에 대한 지분을 10% 수준으로 이미 낮춰둔 상태다. 한일 관계가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이 CPTPP에 참여하게 되면 일본이 국영기업 규정을 빌미 삼아 대한(對韓) 공세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정부는 공기업의 주요 해외 사업 중 CPTPP 가입 이후 문제가 될 만한 프로젝트를 사전에 점검할 방침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극복 등 당면한 과제가 많아 미국이 당장 CPTPP에 가입할지는 불확실하다”며 “다양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