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Whitebox Advisors)가 LG(003550)그룹의 계열분리에 대해 반대 서한을 보냈다고 15일 파이낸셜타임스(FT)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화이트박스는 이번 계열분리가 가족 간 승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액주주들을 희생하는 결정이라며 그보다 저평가된 주가를 끌어 올려 손실된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화이트박스는 엘리엇 출신의 사이먼 왁슬리가 이끄는 행동주의 펀드다. 자금 운용 규모는 약 55억 달러(한화 약 6조 77억 원)로 지난 3년간 LG 지분을 약 1% 보유하고 있다.
앞서 LG그룹은 지난달 26일 인적분할을 통해 LG신설지주를 설립한다고 공시했다. 신설지주가 자회사 LG상사(001120)와 LG하우시스(108670), LG엠엠에이, 실리콘웍스를 지배하고 분할존속회사인 ㈜LG가 이외 계열사들을 보유하는 구조다. 신설지주는 구광모 LG회장의 삼촌인 구본준 고문이 이끌게 된다.
화이트박스는 이번 분할이 LG의 회사에게도 좋은 결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화이트박스는 “인적분할로 LG의 현재 순자산가치(NAV)의 약 2%가 빠져나가며 LG전자(066570)의 현금 잔액 1조 8,000억원 중 9%가 분사될 것”이라며 “이러한 자산을 주주들에게 직접 분배하는 대안이 더 많은 주주 환원을 가져올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분할 후 두 회사의 주식 가치가 분할 전 LG의 주식 가치와 달라지면서 주주 권리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봤다. 화이트박스는 “LG신설지주는 자산 75%가 무관한 상장사 지분으로 구성된 지주사가 되고 나머지 자산 가치는 비상장사업과 순현금으로 채워진다”며 “우리는 신설지주에 대해 뚜렷한 경쟁력이나 전략, 업계 위치, 설득력 있는 시장 기회를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화이트박스는 새로운 지주사를 설립하기 위해서 분할 회사들의 이익을 주주들에게 직접 분배하라고 요구했다. 화이트박스는 “LG하우시스, LG인터내셔널, 실리콘웍스는 모두 상장기업으로 현금 배당이 가능하다”며 “이들 자산을 자물쇠 상자에 넣으면서 주주들이 받을 수 있는 7,110억 원의 가치가 소멸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LG그룹의 최우선 과제는 최근 몇 년 간 주가 하락으로 손실된 주주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화이트박스는 “LG의 순자산 가치는 33%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가총액은 16조 원에서 14조 원으로 감소해 보유자산 가치가 12%나 줄었다”며 “현재 LG의 자산 가치와 주가에는 30조 5,000억 원의 격차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20년 주요 상장 자회사들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LG화학(051910)은 160%, LG전자는 35%, LG생활건강(051900)은 24% 각각 상승하는 데 그쳤다”며 “회사의 자산이 좋은 실적을 내고 있으나 LG의 소액주주들이 겨우 이익을 챙겼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편 LG는 이번 분사로 전자, 화학, 통신 등 다른 사업 분야에 집중할 수 있게 되어 주주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LG 측은 “분할이 완료되고 성장전략이 보다 구체화되면 디스카운트 이슈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김민경기자 mk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