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규제 유탄 맞은 '시장조성자 제도'

개인 투자자의 불신 해소에 초점
금융당국 공매도 제도 개편 나서
금융위원장 "시장 조성 규모 50%로"
대상 종목 수 줄이는 방안 유력
업계 "이익 크지 않고 불법 어려워"
유동성 축소 땐 투자자 손해 지적도



유동성 개선을 위해 도입된 시장조성자제도가 5년 만에 공매도 규제의 유탄을 맞아 축소된다. 금융 당국은 시장조성자제도가 취지와는 다르게 기관투자가의 공매도에 활용돼 개인(일반) 투자자 손실을 초래한다는 지적에 따라 개인 투자자의 불신을 줄이기 위해 제도를 개편하기로 했다. 그러나 증권 업계와 전문가들은 시장조정자제도가 축소되면 결국 증시 침체기에 유동성이 낮은 종목을 거래하는 개인 투자자의 손해로 이어질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5일 금융 투자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시장조성자제도 개편 및 불법 공매도 감시 강화를 포함한 공매도 제도 개선 방안을 이달 중 발표하기 위해 협의 중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조성자제도의 필요성은 전체적으로 인정하지만 개인 투자자의 불신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 중”이라며 “저희 생각에는 시장 조성 규모의 50% 정도가 줄어들어 일반 투자자의 불신과 우려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제도 개편에 따라 시장조성자의 공매도 주문 물량이 기존의 50%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제도 개편 방향으로는 대상 종목 수 축소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주식시장에서 시장조성자제도는 지난 2015년 11월 금융위의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업무 규정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한국거래소는 2017년 9월 신한금융투자·메리츠증권(008560)·NH투자증권(005940)·KB증권·한국투자증권의 5개 증권사와 유가증권시장 30개 종목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고 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당시 한국거래소는 제도 시행으로 시장조성자가 적정 가격의 호가를 시장에 상시적으로 제시해 투자자가 원하는 시점에 큰 가격 변동 없이 즉시 거래가 가능하게 되고 시세조종과 같은 불공정 가능성이 차단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후 시장조성자 추가 유치, 대상 종목 확대가 이어져 올해 10월 기준 주식시장의 시장조성자로 참여하는 증권사는 12개, 대상 종목은 842개까지 늘어났다. 증권 업계·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금융 당국이 공매도 제도 개선의 일환으로 시장조성자제도를 축소하는 것은 공매도에 반대하는 개인 투자자의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모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증권 업계 관계자는 “시장조성자 역할을 수행하려면 증권사가 갖고 있지 않은 종목 주식은 대차 거래를 할 수밖에 없는데 유동성이 낮은 종목일수록 대차 수수료가 높고 손해를 보고 파는 경우도 있어 업무 수행에 따른 이익은 그리 크지 않다”며 “시세조작 등 고의적인 대량 불법 공매도는 저지르기 어려운 구조”라고 주장했다.

한국거래소는 10월 시장감시위원회가 시장조성자의 공매도 규정 위반 여부에 대한 특별 감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으나 아직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시장조성자제도를 활용한 심각한 불법행위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위원장이 시장조성자제도를 축소하겠다고 언급한 것이 신중하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증시 전문가는 “그동안 시장조성자제도 확대는 유동성 공급에 중요한 역할이 인정된 결과인데 제도를 축소하면 결국 투자자의 거래 비용 증가와 불편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당분간은 증시 호황에 따라 유동성이 어느 정도 유지되겠지만 이 정도 수준이 지속될 수는 없기 때문에 유동성 축소 시기에 시장조성자가 없는 저유동성 종목은 투자자가 예전보다 가격을 더 높여서 사거나 낮춰서 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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