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철인왕후’ 포스터
tvN 토일드라마 ‘철인왕후’가 초반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방송 2회 만에 혐한 작가 작품을 극화했다는 논란에 이어 문화재 비하, 실존 인물 희화화 등으로 연일 논란이다.
‘철인왕후’는 불의의 사고로 대한민국 대표 허세남 영혼이 깃든 중전 김소용과 두 얼굴의 임금 철종 사이에서 벌어지는 스캔들을 그린 코믹 판타지 사극이다. 신혜선, 김정현 등의 능글맞은 연기와 코믹한 설정으로 시청률면에서는 좋은 성과를 냈다. 1회는 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동일) 시청률을 기록해 역대 토일극 첫 방송 시청률 2위에 올랐고, 2회는 이보다 0.8%P 상승한 8.8%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작품과 관련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원작이 혐한 성향의 중국 작가 작품이라는 것에서부터 문화유산 및 실존 인물 희화화, 성희롱 대사, 부적절한 패러디 등의 논란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철인왕후’의 원작은 소설로 먼저 출간된 뒤 중국에서도 드라마로 제작될 만큼 인기를 모은 ‘태자비승직기’다. 이 원작 소설을 쓴 작가 선등은 과거 한국 사람들을 비하한 것으로 논란이 된 ‘화친공주’의 작가이기도 하다.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연출을 맡은 윤성식 감독은 지난 9일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원작 태자비승직기에서는 현대 바람둥이 남성 영혼이 태자비 몸에 들어간다는 설정만 갖고 왔다. 나머지 이야기 전개는 전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사진=‘철인왕후’ 방송화면
여기에 13일 방송된 2회에서 조선왕조실록이 ‘지라시’라는 김소용의 대사가 나오면서 논란을 가중시켰다. 이날 방송에서는 소용과 철종의 첫날밤이 그려졌다. 소용은 철종과의 잠자리를 피하고자 했고 철종 역시 소용과 멀리 떨어져 홀로 잠이 들었다. 이를 본 소용이 “주색으로 유명한 왕의 실체가…. 조선왕조실록 한낱 지라시네”라고 말한 것이다.
방송 직후 SNS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선을 넘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조선왕조실록은 태조부터 철종까지 25대에 걸쳐 472년 동안 기록한 역사서다. 우리나라 국보임과 동시에 지난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가치있는 문화재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시청자들은 ‘철인왕후’의 설정과 대사들이 우리나라 전통 문화와 왕조를 희화화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2회에서 조대비(조연희)가 철종과 김소용(신혜선)의 잠자리를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와 관련해 실존 인물이자 조선 시대 왕족인 조대비(신정왕후)를 희회화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신정왕후의 후손인 풍양조씨 종친회는 ‘철인왕후’ 내 인물 묘사에 강한 불편함을 드러냈다. 풍양조씨 종친회 측은 이날 노컷뉴스에 “인물 소개부터 (신정왕후가) ‘온갖 미신을 믿는’ 캐릭터로 나와 있어 어떻게 대응할지 고려 중이었다”며 “아무리 코미디지만 실존 인물에 대한 모욕적이고 저속한 표현은 심히 유감이다.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부적절한 패러디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방송에서 등장하는 기생집 ‘옥타정’에 대해 지난 해 집단 성폭행으로 문제가 된 클럽 ‘옥타곤’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생집 ‘옥타정’에서 ‘원나잇 스탠드’를 묘사한 장면에 대해 보기 불편했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한편 ‘철인왕후’ 측은 역사 왜곡, 실존 인물 희화화 논란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혜리기자 hye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