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KBS, KBS Joy 제공
‘복고’ 감성을 내세운 프로그램도, 인기리에 방영됐던 옛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한 2020 버전 프로그램도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최근 종영한 KBS 예능 교양 프로그램 ‘전교톱10’부터 현재 방송 중인 ‘TV는 사랑을 싣고’, ‘이십세기 힛-트쏭’, ‘축구야구말구’, ‘펫 비타민’ 등 복고풍 프로그램의 인기가 예전같지 않다.
KBS는 ‘전교톱10’을 추석 특집 프로그램으로 처음 선보였다. ‘전교톱10’은 1980-90년대 인기리에 방송됐던 음악 프로 ‘가요톱10’의 순위 곡을 10대 감성으로 재해석해 부르는 경연 프로다. 10대 참가자들이 과거 히트곡을 재해석한 무대를 펼치면, 언택트 심사단과 패널 연예인들의 점수를 매겨 1위를 뽑는다. ‘전교톱10’은 정규 편성 기회를 얻어 10회까지 방송됐다.
‘전교톱10’의 정규 편성은 ‘온라인 탑골공원’과 ‘어게인 가요톱10’에서 비롯됐다. 유튜브에서 ‘온라인 탑골공원’이란 이름으로 과거 가요 프로그램을 재생하는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KBS 자체적으로도 ‘어게인 가요톱10’을 통해 성과를 얻자 KBS는 ‘가요톱10’의 아카이브 영상을 활용해 ‘전교톱10’을 만들었다.
프로그램은 80-90년대 가요의 전성시대 명곡들을 부르는 10대를 통해 세대 공감을 불러일으키려는 취지에서 시작됐으나 이렇다 할 화제를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요즘 감성’보다 부모 세대 심사위원의 정서에 맞았고, 10대들의 재해석 무대는 그들만의 무대로 끝났다.
/ 사진=KBS 제공
‘전교톱10’보다 앞서 복고 바람을 타고 부활한 예능 프로는 KBS ‘TV는 사랑을 싣고’다. ‘TV는 사랑을 싣고’는 1994년 첫 방송을 시작으로, 최고 시청률 47%라는 기록을 세우며 KBS 간판 장수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2010년 방송 중단 위기를 겪었으나 2018년 변화된 모습으로 돌아왔고, 지난 6월 시즌 종영 후 휴지기를 가진 뒤 9월부터 시즌 2를 방영 중이다.
시즌 2에선 출연자와 진행자인 김원희·현주엽이 함께 주인공을 직접 찾아 나서는 형식으로 바뀌었고, 전용차 사용으로 추리와 추적 과정의 현장감을 더 살렸다. 그러나 배경 음악, 추적MC 등 현주엽의 먹방 외엔 볼거리나 프로그램을 대표하는 요소들이 없어 만남의 감동은 예전보다 감소했고, 과거 전적에 비하면 평균 시청률도 3~4%로 다소 아쉬운 수치다.
‘전교톱10’과 ‘TV는 사랑을 싣고’가 과거 인기 예능의 부활이자 귀환이라면 KBS Joy ‘이십세기 힛-트쏭’은 복고 음악 소환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져있다. ‘이십세기 힛-트쏭’은 대한민국 가요사가 고스란히 담긴 KBS의 올드 케이팝 프로그램을 소환하고, 재해석하여 대중이 원하는 뉴트로 가요의 갈증을 해소하는 신개념 뉴트로 음악 차트쇼다.
평소 음악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가수 김희철과 방송인 김민아가 만나 최고의 예능감과 드립력을 발산한다. 김희철은 탑골 가요에 향수를 지닌 기성세대들과의 공감을, 김민아는 80-90년대 음악이 다소 생소한 1020 세대들의 마음을 대신해 활약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러나 이도 시청률 1% 이하를 밑돌며 그들만의 차트 리그에 그치지 않는다.
/ 사진=KBS 제공
스포츠 레전드 박찬호와 이영표를 내세운 ‘축구야구말구’는 복고 느낌이 물씬 풍기는 예능프로그램이다. 이름은 다르지만 생활스포츠 종목을 다룬다는 점에서 과거 ‘우리동네 예체능’과 매우 흡사하다. 다수의 집단 출연진에서 박찬호와 이영표, 오마이걸 승희로 단출해졌을 뿐 전국을 돌며 숨은 생활체육 고수들과 일전을 벌인다는 방식에는 큰 차이가 없다.
‘펫 비타민’도 건강 정보 버라이어티 ‘비타민’의 펫 버전이라 불릴 만큼 이전 프로그램과 유사하다. 사람의 건강에서 반려 동물의 건강까지 범위가 확장 됐을 뿐이다. 유기된 반려동물들의 새 출발을 돕는 코너 ‘도와줘요 펫 뷸런스’를 제외하면 사람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사와 동물의 상태를 돌볼 수의사가 모두 나오고, 이들의 상태를 진단하는 형식은 별반 다르지 않다.
‘복고’를 이유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프로그램들을 부활시키는 KBS 예능이 대다수다. 이는 이미 한 번 성공을 경험한 바 있는 검증된 콘텐츠가 실패할 확률이 적다는 판단에서 비롯된다. 또 무한한 콘텐츠 경쟁 속에서 KBS가 지닌 방대한 아카이브와 예능 브랜드를 재활용하기 위해 찾아낸 새 활로이기도 하다. 다만 과거의 인기 프로그램이 지금도 인기를 얻는다는 보장은 없다.
단순한 추억여행이나 프로그램 시즌 반복에 그치지 않으려면, 시청자의 눈높이 수준과 기존 프로그램이 극복하지 못한 한계를 직시해야한다. KBS 예능이 ‘레트로’, ‘복고’라는 잠깐의 유행에 머무르지 않고, 젊은 층의 공감까지 얻으며 장수 예능의 브랜드 파워를 다시 한 번 입증하길 기대해 본다.
/안정은기자 seyo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