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5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향후 5년간 인구정책의 근간이 될 ‘제4차 저출산·고령 사회 기본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오는 2022년부터 아이를 낳으면 일시금 200만원을 주고 0~1세 영아수당을 신설해 월 30만 원씩(2025년부터는 매달 50만 원씩) 나눠준다. 향후 5년간 저출산 대책에 196조 원을 쏟아 부어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집값 상승과 사교육비 부담 등 출산을 기피하는 구조적 요인은 방치한 채 또다시 재정에만 기대는 모양새다. 게다가 늑장 행정으로 정작 내년 예산안에는 해당 정책을 담지 못해 어처구니없게도 내년에 태어나는 아이들은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
15일 정부가 발표한 ‘제4차 저출산·고령 사회 기본 계획(2021~2025년)’에 따르면 저출산 예산은 올해 33조 3,112억 원에서 2025년 42조 3,516억 원으로 증가한다. 기존 출산 진료비 지원금 60만 원을 100만 원으로 상향하고 출산 바우처(첫 만남 꾸러미) 200만 원까지 더해 총 300만 원을 초기 육아 비용으로 지원한다. 또 현재 만 7세 미만 아동에게 월 10만 원씩 지급하는 아동수당과는 별개로 현행 가정양육수당을 개편해 2025년부터 50만 원의 영아수당을 지급한다. 현재는 지자체마다 100만 원 안팎의 출산장려금(첫 아이 기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2025년 세종시에서 아이를 낳는다면 초기 육아 비용 300만 원, 영아수당 50만 원, 아동수당 10만 원, 지자체 장려금 120만 원 등 480만 원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일시적으로 손에 쥐여주는 지원금을 늘린다고 출산이 증가할 것이라는 정책 판단에 문제를 제기한다. 전세 대란 속에 공공 보육 시설 확충 및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 등 교육·주거 정책 측면에서 양육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서형수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지나친 기업 격차와 일자리 격차, 그에 따른 지나친 취업 경쟁과 교육 경쟁 그리고 수도권 집중과 학군 집중이 완화되지 않으면 저출산·고령화 극복을 위한 정부 정책도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미 앞선 세 차례의 기본 계획을 통해 15년간 180조 원을 투입했음에도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92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고 올해 출생아는 30만 명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정부는 육아휴직 지원 체계도 개편해 생후 12개월 내 자녀가 있는 부모가 모두 3개월씩 육아휴직을 하면 각각 최대 월 300만 원(통상임금 100%)을 주기로 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