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바뀌자마자 외국 투기자본 공습 시작…LG도 과녁됐다

美 행동주의 펀드 화이트박스
"LG그룹 계열 분리 반대" 서한
규제3법 파고들어 경영권 압박
엘리엇·소버린과 유사한 행태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미국 헤지펀드인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가 SK텔레콤(017670)을 먹잇감으로 삼았던 타이거펀드(1999년), 삼성물산과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던 영국계 펀드 헤르메스(2004년)도 각각 6,300억 원, 380억 원이라는 차익을 남기고 한국을 떠났다. 소버린과 맞선 SK그룹은 당시 모든 자원을 경영권 방어에 쏟아부은 탓에 2004년 한 해 설비투자가 전년보다 56%까지 감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격을 받았다. 엘리엇은 지분 보유를 공개한 2018년 4월 이후 20개월간 지배 구조 개편안에 반대하고 8조 3,000억 원에 달하는 초고배당을 요구하는 등 무리한 경영권 간섭에 나섰다. 지난해 하반기 엘리엇이 스스로 물러날 때까지 현대차 안팎에서는 “미래 모빌리티 기술 개발에 공들여야 할 시기에 소모전을 벌이고 있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개정된 상법 등 기업 규제 3법은 소액주주 보호와 경영 투명성 강화를 명분으로 삼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무력화했다”며 “기업의 성장이나 미래에 관심이 없는 헤지펀드 때문에 ‘잃어버린 몇 년’을 경험하는 곳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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