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5월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가 에콰도르 키토 시내에 있는 과야사민 미술관을 둘러보고 있다./연합뉴스
“다리가 없는 아이를 보기 전까지 나는 신발이 없다고 울었다”
사회적 약자에 가해지는 불의와 핍박에 저항하며 예술을 통해 거침없이 고발했던 에콰도르 국민화가 오스왈도 과야사민 특별 기획전이 오는 19일부터 내년 1월 22일까지 서울 은평구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린다.
과야사민 전시회가 한국에서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과야사민은 1919년 에콰도르 키토에서 태어나 1999년 미국에서 생을 마친 화가이자 조각가이다. 디에고 리베라, 페르난도 보테로 등보다는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남미의 피카소’ ‘라틴아메리카가 낳은 가장 위대한 작가’ 등으로 불리는 거장이다. 에콰도르에서는 국민들로부터 절대적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다. 게다가 그의 모든 작품이 국가 문화 유산으로 지정돼 있어 정부 승인 없이는 해외 반출이 불가능하다.
오스왈도 과야사민 ‘온유’, 캔버스에 유채, 135x100cm, 1989/사진제공=사비나미술관
이번 특별전은 지난 해 5월 당시 국무총리였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에콰도르 공식 방문을 계기로 성사됐다. 1962년 양국 수교 이래 처음 이뤄진 총리급 이상 한국 고위급 인사 방문에 에콰도르 정부는 이 대표를 과야사민 미술관 방문을 안내했고, 현장에서 과야사민의 작품을 둘러본 이 대표는 “참으로 위대한 거장의 세계 역사에 남을 만한 명작을 충격적인 감동으로 봤다”며 “라틴 아메리카 국민의 고통과 분노가 무엇이었던가 하는 것을 좀 더 잘 알 수 있게 된 좋은 공부의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그는 레닌 모레노 대통령과 오토 손넨올스네르 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과야사민 전시회를 서울에서 개최했으면 좋겠다”고 전했고, 모레노 대통령은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후 양국 외교·문화 당국은 코로나 19 팬데믹 속에서 어렵게 이번 특별전을 추진했다.
지구 반대편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작품들은 수준급이다. 과야사민의 초기작은 물론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애도의 길’ ‘분노의 시대’ ‘온유의 시대’ 등 시기별 대표작까지 포함해 유화, 소묘, 수채화 원작, 영상 자료 총 89점이 소개된다.
오스왈도 과야사민 ‘눈물 흘리는 여인들 I~VII’,캔버스에 유채, 각 145x75cm, 1963-1965/사진제공=사비나미술관
오스왈도 과야사민 ‘어머니와 아이’, 캔버스에 유채, 105x176cm, 1982/사진제공=사비나미술관
한편 특별전 개막식은 오는 18일 오후 사비나미술관 2층 전시장에서 열린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미술계 인사, 앙헬리카 아리아스 에콰도르 문화부 장관과 과야사민의 딸인 베레니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코로나 19 방역 지침에 맞춘 최소 규모로 진행된다. 또 특별전에 맞춰 오는 19일에는 ‘평화를 위한 절망의 외침, 과야사민의 예술과 철학’을 주제로 한 온라인 전문가 토론회도 열린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우리 국민들이 에콰도르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며 “앞으로 한국과 에콰도르 양국 간 문화교류가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