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로비에 걸린 검사선서. /연합뉴스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검찰총장 징계로 검찰이 폭풍 전야에 빠졌다. 윤석열 검찰총장 정직으로 총장 직무 대행 체제가 가동된 가운데 일선 검사들을 중심으로 ‘윤 총장 징계를 반대한다’는 반발 기류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검찰 인사 등도 예정돼 있다. 두 사안이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의혹 등 주요 수사에 영향을 미칠 경우 들끓는 검사 반발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35기 부부장검사들이 16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서울중앙지방검찰청 35기 부부장 검사 입장’ 글에 14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징계 사유는 물론 징계위 구성·의결까지 전 과정에서 절차적 흠결이 존재하는 만큼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조치가 철회돼야 한다는 서울중앙지검 중간 간부들의 주장에 ‘공감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일부는 ‘총장 찍어내기다’ ‘장관이 제청하면 대통령은 한다는 어이없는 형식 논리로 대미를 장식했다’ ‘법치주의와 검찰의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그대로 지켜봐서는 안 된다’며 징계 자체를 비판했다. 해당 글이 올라온 지 단 하루도 되지 않아 100여 명의 검사들이 ‘동의’ 뜻을 나타낸 셈이다. 아울러 실명을 건 검사 비판도 이어졌다. 이복현 대전지검 부장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징계 처분의 근거가 공론화될 필요가 있다”며 “심재철·김관정·이정현 검사장이 작성한 진술서를 검찰 구성원들에게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 자료를 공개해 징계가 적법절차에 따라 이뤄졌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유철 춘천지검 원주지청장은 의견서를 낸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을 겨냥해 “악행에 앞장서고 진위를 뒤바꾸며, 동료들을 저버리거나 심지어 속여가면서 자리를 얻고 지키는 사람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윤 총장 징계로 일선 검사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 만큼 전체 확산도 가능하다는 의견에 이견이 없다. 징계 사유는 물론 과정에도 문제가 많다는 의견이 검찰 내에서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예정된 공수처 출범이나 검찰 인사 등이 주요 수사 이첩, 지휘부 교체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윤 총장 징계로 시작된 불씨가 이른바 제3차 ‘검란(檢亂)’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공수처의 경우 법에 따라 3급 이상 공무원 연관 사건은 검찰에서 이첩받을 수 있다.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의혹의 수사 대상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등이 고위직이라 해당 사건이 현 대전지검에서 공수처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또 검사장급 이상 고위 검사 인사로 주요 수사에 대한 지휘부 교체도 예견되고 있다.
한 법조계의 관계자는 “총장 공석 상황에서 공수처 설립, 정기 인사 등이 예정돼 있다는 점은 그 자체만으로 검찰 내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윤 총장 징계에 대해 불만이 팽배한 상황에서 이들 과정이 정권이 연루된 수사를 방해하거나, 보복성 인사로 비춰질 경우 일선 검사부터 고위직까지 반발 기류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 경우 앞서 7년 만에 열린 평검사 회의가 다시 열릴 수도 있다”며 “이는 또 다른 검란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