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 유상옵션 1억…아파트 분양가 통제에 판치는 꼼수

"선택 안 하면 계약도 대출도 불가"
일부 건설사들 대놓고 '옵션 장사'
포기하자니 10년간 재당첨 금지
"소비자만 골탕...제도 개선 나서야"


“분양가가 4억 원대로 저렴하다고 해서 아껴둔 청약 통장을 꺼냈는데 1억 원에 가까운 유상 옵션 비용이 사실상 강제나 마찬가지라네요.”

지난 8일 1순위 접수를 받은 경기도 고양시 덕은지구 ‘덕은 삼정그린코아 더베스트’에 청약을 넣은 40대 A 씨는 “건설사의 ‘옵션 장난’에 속은 것 같다”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주변 공급 단지에 비해 저렴한 분양가로 인기를 모은 이 단지는 발코니 확장, 가전제품 설치 등 옵션 비용이 1억 원 안팎에 달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유상 옵션=17일 부동산 업계와 고양시청 등에 따르면 이 단지의 일부 분양 관계자들은 청약자들에게 “풀 옵션을 선택하지 않으면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옵션 중 일부만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등의 내용을 안내하며 옵션 선택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지는 전용 84㎡ 기준 분양가가 4억 8,000만여 원 수준으로 시세 대비 저렴해 인기를 끌었다. 이달 8일 진행된 청약 접수에서 평균 64.7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인근에서 앞서 분양한 ‘호반써밋 DMC힐즈’의 같은 면적(6억 5,000만여 원)과 비교해도 1억 7,000만 원가량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옵션비를 추가하면 분양가는 1억 원 가까이 올라간다. 84㎡형의 풀 옵션 패키지는 9,800만 원, 91㎡형은 1억 300만 원이다. 건설사의 분양 안내문을 보면 옵션비를 반영한 가격은 전용 84㎡의 경우 5억 8,000만 원 수준이다. 고가의 옵션을 사실상 필수로 선택해야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청약자들은 ‘건설사의 꼼수’라며 고양시청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건설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일부 분양 상담원이 실적 경쟁을 하다 잘못 말한 것”이라면서도 “분양가 규제 탓에 분양가를 낮출 수밖에 없다 보니 옵션 선택 유도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유상 옵션 놓고 곳곳 갈등=현재 분양가를 낮춘 뒤 고액의 ‘옵션비’를 내거는 사례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 앞서 경기 부천의 한 시행사가 발코니 확장비로 최고 1억 4,000만 원을 책정한 뒤 이를 선택하지 않은 청약 당첨자들에게 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일도 발생했다.

대형 건설사들도 최근 분양 단지에서 발코니 확장 비용을 크게 높이는 추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무상 혹은 1,000만 원 이하였던 발코니 확장비는 올 5월 서울 동대문 ‘래미안 엘레니티’ 1,900만 원대, 9월 ‘부산 레이카운티’ 2,400만 원대 등으로 치솟았다. 처음부터 발코니 확장을 전제로 설계하는 경우가 늘면서 확장비는 사실상 분양가에 포함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반응이다.

문제는 ‘옵션 꼼수’로 인한 피해가 수요자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옵션 비용은 분양가로 보지 않는 탓에 중도금 대출에서 제외된다. 심지어 옵션비 상당액을 현금으로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자금 마련이 어려운 청약자들의 고충이 이어지고 있다. 또 ‘억대 옵션비’ 문제로 청약 당첨 후 계약을 포기할 경우 최대 10년간 재당첨이 금지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하는 취지는 건설사들의 폭리를 막고 저가의 주택을 공급해 서민 주거 안정은 물론 가격을 안정화하는 데 있다”며 “일부 업자들이 악용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제도 개선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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