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비즈] 기업인 처벌 수위 높이면 산업재해 줄어들까?

[주요국 산재처벌법 들여다보니]
중대재해법과 유사한 법 채택한 英
재해는 안줄고 中企만 부담 부작용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만으로도 한국의 사업주 처벌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 더 강력한 중대재해법까지 도입되면 처벌 공포에 정상적인 기업 활동은 불가능할 겁니다.”

여당 안보다 처벌 수위가 더 강력한 야당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 윤곽이 드러나자 재계에서는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입법 사례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18일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시행된 ‘김용균법’만으로도 한국의 사업주 처벌 규정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산안법상 안전 보건 조치 위반 시 사업주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합니다. 같은 사안에 대해 일본은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 엔 이하의 벌금, 미국은 6개월 미만의 징역 또는 1만 달러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노동자 권리 보호 수준이 높은 독일과 영국의 경우도 각각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처벌 수위가 낮습니다.


여기에 중대재해법이 더해질 상황입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사업주 처벌 규정이 가장 강한 산안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중대재해법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라며 “산안법의 효과와 부작용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부작용을 보완하는 입법을 해야지 무작정 기업을 처벌하는 법안을 내놓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고 지적합니다.

우리나라에 앞서 중대재해법과 유사한 ‘법인과실치사법’을 채택한 영국은 만만찮은 부작용을 겪고 있습니다. 중대 재해가 줄어들지 않는데다가 처벌을 받는 기업은 모두 중소기업이었고, 이들의 상당수는 파산하거나 영업을 중단하게 됐습니다. 2일 진행된 경총 토론회에서 동영상 인터뷰를 통해 참석한 빅토리아 로퍼 노섬브리아대 교수는 “영국은 대형 인명 피해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보건안전법과 별도로 2007년 법인과실치사법을 추가 제정했다”며 “이 법으로 높은 수준의 벌금을 부과받은 28개 기업 모두가 중소 업체였고 이들 중 절반 이상이 파산 내지 영업이 중단됐다”고 말했습니다. 중대재해법처럼 강력한 처벌을 강조하는 법은 중소기업의 부담만 가중시키는데다 폐업까지 이르게 했다고 지적한 것입니다. 이어 그는 “법인과실치사법 도입에 따른 사망자 감소 영향은 크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사망자 감소를 위해 시행된 법안이 기대했던 효과는 내지 못하고 중소기업의 어려움만 가중시킨 것입니다.

수치를 봐도 사후 처벌 강화와 산재 발생은 인과관계가 떨어집니다. 처벌 강도가 가장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근로자 1만 명단 사망률은 0.46이었습니다. 반면 우리보다 처벌 강도가 낮은 미국(0.37), 일본(0.16)으로 우리나라보다 사망률이 떨어졌습니다.

전문가들은 무고한 노동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처벌을 강화하는 게 아니라 산재 예방을 위한 인프라 투자 지원과 인식을 제고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주장합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