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경제] 정부 "내년 3.2% 성장" 코로나 뚫고 달성할까?

올해 -1.1% 22년 만 역성장 고려해도
IMF 2.9%, OECD 2.8% 대비 낙관적
잠재성장률 1.2% 뛰어넘어야 가능
원화 강세, 성장동력인 수출에 부정적

정부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2%로 제시했습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논의가 나오고 있지만 이를 반영하지 않은 채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내년 정부는 코로나19를 뚫고 3.2% 성장률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요?


정부는 17일 발표한 ‘2021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1.1%로, 내년 성장률을 3.2%로 예상했습니다. 애초 올해 2.4% 성장을 전망했던 정부는 코로나19가 확산한 뒤 이를 0.1%로 낮췄으나 결국 ‘역성장’을 맞게 됐습니다. 우리나라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입니다.

내년 3.2% 성장은 올해 역성장의 기저효과를 고려하더라도 국내외 주요 기관보다 낙관적인 전망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올해 -1.1%, 내년 2.8%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올해 성장률 예상치는 정부와 같지만 내년 성장이 더 더딜 것으로 전망한 것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9%, 내년 전망치를 2.9%로 제시했습니다. 올해와 내년 모두 정부의 예상보다 낮은 수치입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 교수는 “올해 -1.1% 성장을 한다면 전년 동기 대비로 비교하는 성장률은 1.1%를 기본으로 깔고 가는 것”이라며 “내년에 순수하게 2.1% 성장을 해야 3.2% 성장률을 맞출 수 있지만 지난해에도 간신히 2% 성장한 상황에서 쉽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OECD가 지난 8월 제시한 우리나라의 2020~2060년 평균 잠재 성장률은 1.2%입니다. 2.1%도 잠재 성장률을 크게 뛰어넘어야 가능한 수치인 셈입니다.


더구나 내년 성장률 전망치에는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가능성이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은행이 내년 3.0% 성장을 전망하면서도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으면 성장률이 2.2%로 떨어질 수 있다는 ‘비관 시나리오’를 제시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상향될 경우 올해 말과 내년 초에 하방 리스크로 작용해 추가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 경제의 핵심 성장동력인 수출 증가율을 지나치게 높여 잡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정부는 내년 수출 증가율이 8.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기저효과에 더해 주요국 경기 회복과 글로벌 교역 증가, 반도체 업황 개선 등에 힘입어 수출이 급증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입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국내선사 임시 선박을 월 2척 이상 투입하고 선적공간의 50%를 우선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HMM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국내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6번째 임시 선박을 긴급 투입했다고 10일 밝혔다. 사진은 출항을 앞둔 HMM 포워드호. /사진제공=HMM

하지만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 교수는 “현재 원화 강세가 굉장히 심한데 이는 6개월쯤 뒤에 효과가 나타난다”면서 “지금 수출이 회복되는 것 같지만 앞으로 전망은 별로 좋지 않다는 뜻”이라고 꼬집었습니다. 11월 수출은 1년 전보다 조업일 수가 0.5일 줄었음에도 4.1% 증가하며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환율입니다. 18일 원·달러 환율은 1,099.7원에 마감했습니다.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국내 수출기업 801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출기업이 제시한 적정환율과 손익분기점은 각각 달러당 1,167원, 1,133원이었습니다. 응답 기업의 65% 이상은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액이 감소할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의 경우 환율이 10원 떨어질 경우 매출(완성차 5개사 기준)은 약 4,200억원 줄어든다는 것이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의 분석입니다.

물론 긍정적인 요인도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19 백신이 승인되고 여러 국가에서 접종이 시작됐다는 점입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백신이 등장해 코로나19 조기종식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며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내년 성장률 3.2%는 달성 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세종=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1년 경제정책방향’ 합동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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