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걸린 100세 환자, 중앙대 의료진 수술 후 나흘만에 '집으로'

박병준 중앙대병원 교수팀
'세계 최고령' 폐암 환자에
회복 빠른 흉강경 절제술
"고령자도 암 적극 치료를"

중앙대병원 암센터 박병준 흉부외과 교수팀이 100세 폐암 환자 수술에 성공했다. 국내는 물론 세계 최고령 폐암 환자의 수술 성공 사례다.

중앙대는 지난 15일 폐암 수술을 한 김영원(1920년생, 주민등록은 1921년생) 할아버지가 19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고 21일 밝혔다.

40대에 담배를 끊은 김 할아버지는 평소 별다른 호흡기 증상이 없었지만 최근 허리가 좋지 않아 척추 시술을 위해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하던 중 폐에 이상 소견이 발견됐다. 흉부 CT와 폐 조직 검사 결과 폐 우상엽에 2.5㎝ 크기의 초기 비소세포 폐암 병변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초기 폐암이 발견돼 흉강경으로 오른쪽 폐 일부 절제 수술을 받고 4일 만에 퇴원한 100세 김영원 할아버지와 수술을 집도한 박병준 중앙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사진 제공=중앙대병원

박 교수팀은 환자의 건강 상태, 심폐 기능 등을 고려해 절제 부위가 작고 출혈이 적으며 수술 후 회복이 빠른 흉강경 폐 절제 수술에 들어갔다. 가슴에 작은 구멍을 뚫고 갈비뼈 사이로 흉강경을 집어넣어 오른쪽 폐의 5분의 2가량을 잘라내고 흉곽 내부의 폐 주변 림프절을 떼어내는(종격동 림프절청소술) 표준 수술이다.

폐를 많이 떼어내면 폐 기능이 떨어져 삶의 질이 떨어지고, 림프절을 많이 떼어내면 주변 조직 손상으로 합병증이 생기거나 흉수 발생으로 수술 후 입원 기간이 늘어난다. 하지만 김 할아버지는 수술 후 호흡곤란이나 합병증 없이 4일 만에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박 교수의 수술 경험과 국내외 선행 연구들을 살펴보면 90대 고령자의 폐암 수술 성공 사례는 꽤 있다. 하지만 100세 이상은 김 할아버지가 처음이다. 대장암 수술에서는 국내에서 2016년 만 103세 할머니가 수술을 받은 사례가 있다.

박 교수는 “90세 이상의 고령자가 폐암으로 진단되면 수술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적극적인 치료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며 “수명이 늘면서 폐암을 포함한 초고령 암 환자도 늘고 있는데 의학 기술이 섬세하고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만큼 수술 등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팀은 2018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 최대 3차원(3D) 프린팅 인공 흉곽 이식·재건에도 성공했다. 한편 지난해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 중 90대와 100세 이상은 각각 23만 1,759명, 2만 160명으로 2011년(11만 8,691명, 1만 1,634명)보다 95%, 73% 증가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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