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을 격리하라"…'변종 공포' 번지는 글로벌[코로나19 3차 대유행 비상]

유럽, 육해공 교통로 차단 나서
증시 하락 출발...유가 장중 5%↓
"전파력 높지만 백신 효과 있어"

20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의 세인트판크라스역에서 승객들이 파리행 마지막 유로스타 기차를 타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영국에서 변종 코로나19가 확산하자 프랑스가 이날 밤 12시부터 48시간 동안 영국발 모든 이동을 중단하는 등 유럽 국가들이 잇따라 여행 제한 조치에 나섰다. /연합뉴스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에 영국에서 전염력이 강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종이 확산하면서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에 비상이 걸렸다.

영국은 코로나19 대응 시스템 4단계를 신설해 변종이 빠르게 번지고 있는 런던 등 남동부를 긴급 봉쇄했고 유럽과 중동·중남미 국가들과 캐나다 등은 빗장 걸기에 나섰다. 20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유럽이 영국을 격리했다”고 보도했다.

유럽 국가들은 영국과 연결되는 육·해·공 교통로 차단에 나섰다.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프랑스·이탈리아·네덜란드·벨기에·오스트리아·아일랜드·루마니아 등 유럽 국가들은 이날 잇따라 영국발 항공편 금지 조치를 발표하고 영국에서의 입국을 제한하기로 했다. 한 독일 정부 소식통은 AFP에 이러한 제한 조치가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전체에 의해 채택될 수 있다면서 회원국들이 영국과의 해상·육상·철도 연결 수단과 관련한 공동 대응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영국 런던과 벨기에 브뤼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오가는 유로스타 열차는 21일부터 운행이 취소될 예정이다. 영국과 프랑스를 해로로 연결하는 교통 거점인 영국 도버 항구도 사람이 동행하는 영국발 운항을 금지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영국과 유럽이 (미래 관계에)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브렉시트가 단행되는 ‘노딜 브렉시트’가 벌어지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됐던 혼란이 수일 먼저 일어날 수도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럽 밖에서는 터키와 이스라엘·이란·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엘살바도르·콜롬비아 등이 영국에서의 입국을 제한하거나 영국을 오가는 항공편을 중단했다. 북미의 캐나다 역시 영국발 항공편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아직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이날 영국발 변종 코로나19가 뉴욕에 상륙할 것을 우려하며 연방 정부가 영국발 입국자에게 검사를 요구하거나 여행 제한을 가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나선 영국에서 변종 바이러스가 등장한 것에 대해서도 각국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이탈리아에서도 수일 전 영국에서 귀국한 한 명이 변종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덴마크와 호주·네덜란드에서도 영국과 동일한 변종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맷 행콕 영국 보건장관은 이날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긴급 봉쇄 조처의 정당성을 피력하면서 “변종은 통제 불능”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20일 3만 5,928명의 신규 확진자가 보고돼 하루 보고치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세계보건기구(WHO)는 영국과 긴밀히 협력해 변종 코로나19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EU 차원에서도 21일 변종 코로나19 관련 긴급 회원국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며 영국도 보리스 존슨 총리 주재로 21일 관련 회의를 연다.

이번 변종의 경우 전파력이 기존 바이러스보다 70%나 빠른 것으로 알려졌지만 증상이 더 심하다거나 백신을 무력화한다는 진단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마리아 밴커코브 WHO 코로나19 기술팀장은 “변종은 백신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으며 증상에 변화를 주거나 더 심한 증상을 나타내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변종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21일 유럽 증시는 일제히 하락 출발했다. 런던 FTSE 100지수는 장 중 2% 넘게 내렸고 유로스톡스지수도 2.7%대로 하락했다. 브렌트 원유는 장중 5.7% 하락해 거래됐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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