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하루 확진 3,000명…스가 지지율 30%대로 곤두박질

두달도 안돼 감염자 10만명 속출
누적 20만명으로 확산세 안 꺾여
경제회복 염두 여행 장려책 중단
"너무 늦었다" 의견도 80% 달해
스가, 내년 예산 106조엔 확정
9년 연속으로 '역대 최대' 경신

지난 16일 일본 도쿄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찾은 시민들이 야외 테이블에서 술과 식사를 즐기고 있다. /EPA연합뉴스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내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급속히 지지를 잃고 있다.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최근 하루 3,000명 안팎씩 나오면서 누적 20만 명을 넘었다. 첫 확진자 발생 이후 누적 확진자가 10만 명을 넘는 데는 9개월이 걸렸지만 이후 10만 명이 더 늘어나는 데는 두 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19~20일 전국 유권자 1,521명(유효 답변자 기준)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벌여 21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스가 내각을 지지한다고 답변한 비율은 39%를 기록해 40% 선 아래로 떨어졌다. 이번 지지율은 아사히신문의 지난달 조사 때(56%)와 비교하면 17%포인트 급락한 수치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한 달 새 20%에서 35%로 15%포인트나 급등했다. 스가 내각은 출범 초기 주요 언론사 조사에서 60~70%의 높은 지지율을 구가했으나 이달 들어 지지도가 확 내려갔다. NHK 조사(12월 11~13일)에서는 스가 내각 지지율이 11월 조사 때보다 14%포인트 떨어진 42%로 나타났고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6%로 17%포인트 치솟았다. 마이니치신문의 12일 조사에서도 한 달 새 지지율이 17%포인트 빠지면서 40%까지 밀려났다. 이처럼 스가 내각의 지지율이 급락하는 이유는 코로나19다.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느는데 정부가 적극적인 방역 정책을 펴지 않는다는 일본인들의 불만이 누적된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마이니치신문 집계에 따르면 전달 일본 전국의 신규 확진자는 도쿄 지역 556명을 포함해 총 2,501명이다. 이에 따라 누적 확진자는 20만 68명이 되면서 20만 명 선을 넘어섰다. 일본 전체 확진자 수는 첫 감염자가 나온 지 9개월 만인 10월 29일 10만 명대로 올라섰는데 이후 1개월 22일 만에 10만 명이 추가될 정도로 확산 속도가 폭발적이다. 특히 11월 들어 하루 확진자가 1,000명대를 기록하고 이달 2일에는 하루에 2,000~3,000명씩 신규 확진자가 나오는 등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그런데도 스가 내각은 코로나19 확산 대응과 경제 살리기를 동시에 추구하는 정책을 고집해 감염병 관리 실패를 자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이번 아사히신문 조사에서 스가 총리가 정부의 관광 지원 정책인 ‘고 투(Go To) 트래블’ 사업을 연말연시에 전국에서 일시 중단하기로 결정한 타이밍에 대해 “너무 늦었다”고 비판한 답변이 79%에 달했다.


스가 총리는 14일에야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를 열어 고 투 트래블을 이달 28일부터 내년 1월 11일까지 전국적으로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는데 이 결정에 대해서는 찬성 의견이 78%에 달했고 반대 의견은 15%에 그쳤다. 일시 중단에 찬성한다고 답한 사람 중 84%는 결정 타이밍이 ‘너무 늦었다’고 비판했다.

이번 아사히신문 조사에서 스가 총리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70%로 ‘발휘하고 있다’는 답변자 비율(19%)을 압도했다. 아울러 스가 총리가 5명 이상의 회식을 자제하라는 일본 정부 권고와 달리 최근 5명 이상 모인 친목 모임에 참석해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해서는 ‘문제’라고 답변한 비율이 66%였다.

여기에 스가 총리 측근인 요시카와 다카모리 자민당 중의원이 이날 의원직 사임 의사를 표명한 것도 악재다. 만성 심부전을 이유로 들었지만 농수산상 재임 중 계란 업체인 아키타푸드의 전직 대표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사임의 진짜 사유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스가 내각은 2021 회계연도(2021. 4~2022. 3) 일반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짠 것으로 나타났다. 스가 총리는 이날 각의(국무회의)를 주재해 총 106조 6,97억 엔(약 1,135조 원)의 내년도 일반회계예산안을 확정하고 내년 1월 정기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이는 올해에 비해 3.8% 늘어난 것으로 9년 연속으로 최대치를 경신하게 됐다.

내년도 예산안에는 코로나19에 따른 기업 실적 부진이 고려돼 세수가 올해와 비교해 9.5% 줄어든 57조 4,480억 엔으로 잡혔다. 일본은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11년 만에 전년보다 증액한 43조 5,970억 엔 규모의 신규 국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 17일 도쿄의 총리공관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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