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점유율 '38% VS 66%'... 대한항공 통합 LCC 출범, 공정위에 달렸다

FSC 여객시장 점유율 38.7%라지만
LCC 더하면 66.5%로 독과점 우려
2018년 공정위 보고서, 양사 합산 67.8%
"공정위 통합LCC 매각명령 내릴수도"

인천국제공항 에어부산(298690), 에어서울의 시장 점유율은 국제선이 11.5%, 국내선은 22.6%. 이들의 시장 점유율을 합산할 경우 통합 항공사의 시장 점유율은 국제선 48.9%, 국내선 66.5%로 치솟는다. 전체 시장 점유율로 놓고 봐도 53.6%. 시장의 경쟁을 제한해 소비자의 효용을 떨어뜨리는 독과점의 기준점으로 삼는 50%를 넘어선다.

2215A14 항공사별 여객 운송 실적

당장 시민단체들이 나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 15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구조의 문제점 점검’을 주제로 좌담회를 열어 독과점의 폐해를 우려했다. 이날 좌담회에 참석한 김남근 변호사(민주주의를 위한 변호사모임 개혁입법추진위원장)는 “대한항공이 항공산업에서 시장 점유율이 50%가 넘어 독점이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가 넘는 과점 상태여서 시장 지배적 지위에 있어 기업결합은 원칙적으로 승인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한국은 미국처럼 기업분리(합병 이후), 계열분리 명령을 통한 독과점 해소방안을 제도적으로 가지고 있지 않다”는 우려도 내놨다.


하지만 아시아항공을 인수하는 대한항공 측은 독과점 논란에서 자유롭다는 입장이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지난 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가지고 있는 인천공항 여객 점유율은 38.5%, 화물기를 포함해도 40%”라며 “한국 시장에서 독점 이슈는 크게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LCC와 관련해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과 경쟁하는 별도 회사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 부분도 같이 시장점유율에 포함된다고 보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그럴까. 진에어는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이 지분 60%로 최대주주인 LCC다. 진에어가 벌어들인 돈은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로 귀속되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대한항공과 경쟁이라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반면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의 종속회사(지분율 44.17%)다. 에어서울은 100% 자회사. 이들이 벌어들인 돈은 지분율만큼 모회사이자 재무제표상 연결 실체인 아시아나항공에 돌아간다. 경쟁 관계로 보기 어려운 셈이다.

진통 끝에 양대 국적사 간 통합은 성사됐지만 통합 LCC는 결국 매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산은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주관하는 국회 정무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독과점 이슈 때문에 공정위에서 LCC는 매각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 LCC 출범의 키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쥐고 있다. 공정위의 기존 시각만 놓고 보면 부정적이다. 지난 2018년 (사)한국항공정책연구소를 통해 발간한 ‘항공여객운송산업에 대한 시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양대 국적사 중심의 시장구조와 자본 집약적인 산업의 특성, 여기에 정부규제 등이 맞물리면서 독과점이 고착화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당시 보고서에서 밝힌 2017년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시장 점유율은 67.8%에 달했다. 관건은 FSC와 LCC가 공존하고 있는 여객운송시장의 시장 획정을 어떻게 하느냐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기업결합 승인 신청이 들어오면 시장 획정 등을 통해 소비자 후생 등 악영향이 있는지 분석을 해본 뒤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대한항공은 다음 달 14일 공정위에 기업결합 승인 신청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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