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화에 반발 '탈구글' 는다

기습적 유료화·보안 우려 커지자
별도 전문가용 고용량 장치 구축
NAS 매출 30%가량 늘어나기도
네이버·MS 클라우드도 반사효과
무료 저장용량이 마케팅 수단될듯



구글이 지난달 12일 내년 6월부터 적용될 구글 포토 정책을 밝히며 유료화 방침을 알리고 있다. /구글 공지 메일 갈무리

구글이 지난 4일 스토리지 변경 사항을 알리고 있다. /구글 공지 메일 갈무리

IT 회사에서 일하는 황 모씨는 지난 달 동료들과 함께 시놀로지의 나스(NAS·인터넷이 연결된 저장장치)를 구매했다. 8테라바이트(TB) 디스크 4개를 구매해 원본을 하나 두고 복사본을 세 개 마련하는 형태로 클라우드 시스템을 구축했다. 나스 한 대 당 가격이 수 십 만원에 달하지만, 매달 클라우드 사용료를 내는 것을 감안하면 투자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황 씨는 동료들과 넷플릭스를 나눠서 보는 것처럼 저장공간을 나눠서 이용하고 있다.

구글이 지난달 사진 파일 보관 서비스인 구글 포토를 유료화하고 포토·드라이브·메일을 합산한 최대 저장 용량을 15기가바이트(GB)로 제한하면서 이용자들 사이에서 ‘탈 구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매달 용량에 따라 요금을 내거나 매번 바뀌는 정책에 혼란을 겪는 대신 스스로 대안을 만들어 구글의 지배력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영상과 사진 전문가들이 주로 사용하던 나스를 이용하는 일반 이용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최근 석 달 동안(10월1일~12월17일) 팔린 나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가량 늘었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최근 유독 나스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다”며 “외장 하드 전체적으로는 매출액이 제자리걸음인 데 비해 고용량 저장장치 수요가 늘다 보니 4테라바이트(TB) 이상의 고용량 외장 하드 제품이 출시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용자들이 구글의 클라우드 등 저장용량 대신 자체적으로 클라우드를 구축하는 것은 구글의 갑작스런 유료화 결정 외에도 보안에 대한 우려가 작용했다. 최근 카카오 계열사 그라운드원의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은 이 회사 직원의 외부 클라우드 계정이 해킹당한 것이 발단이 됐다. 자체적으로 나스 환경을 구축한 회사원 전모씨 “외부 클라우드의 경우 계정을 탈취당한 사례를 여러 번 발생했기 때문에 보안을 위해 나스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나스는 복사본을 여러 개 확보할 수 있고 자체적으로 강화된 방화벽을 설정할 수 있다. 접속 링크를 공개하지 않는 한 외부에서 접속하기 쉽지 않아 보안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스 제품군들 /시놀로지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또 구글에서 옮겨 네이버 마이박스(무료 용량 30GB)·마이크로소프트 원 드라이브(무료 용량 5GB) 등 다른 클라우드에서 둥지를 트는 이용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구글 포토 유료화 정책이 발표된 지난 11월 구글 포토 활성 이용자 수(MAU)는 전월 대비 17만4,000명 감소했다. 반면 네이버 마이박스는 같은 기간 26만2,481만명 늘었고, MS 원드라이브도 8만1,330명 증가했다. 일부 이용자들은 친구를 추가하고 이벤트에 참여할 경우 최대 30GB 가까이 용량 확보가 가능한 드롭 박스로 갈아타기도 했다. 일일이 친구를 초대하는 대신 친구 아르바이트를 대행해주는 업체도 인터넷에서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한 친구 소개 대행 업체 관계자는 “아이디 한 건당 4,000원~5,000원대로 무료로 용량을 20GB 가까이 늘릴 수 있다”며 “구글 정책이 바뀌면서 최근 들어 문의가 급증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영상이나 사진 등 용량이 큰 데이터를 통한 의사소통이 늘어나면서 앞으로 무료로 제공하는 저장용량이 클라우드 업계의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씨게이트가 발표한 ‘데이터에이지2025 백서’에 따르면 오는 2025년 데이터 전체 총량은 163제타바이트(ZB)로 지난 2016년 대비 10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글 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들도 무료 용량을 더이상 보장해주기 어려울 수 있다”며 “14TB 용량의 외장 하드가 나오는 등 고용량 저장장치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혜진기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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