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연립 서울시” 제안…국민의힘에 4·15총선 ‘청구서’ 꺼냈다

야권 통합 서울시정 운영 제시
국민의힘 중심 야권 통합 거절
총선 때 ‘지역구 무공천’ 지원
지원 불구 ‘공천·막말’로 대패
安 야권에 ‘총선 채권’ 내밀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1일 “다음 서울시 집행부는 ‘범야권 연립 지방정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입당 후 통합경선’을 거절하고 야권이 더 큰 판을 짜 경쟁하자는 뜻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안 대표가 4·15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지역구 무공천’으로 국민의힘을 도운 ‘총선 청구서’ 꺼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철수, ‘선(先)입당·후(後)경선’ 주장 일축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은 정진석(왼쪽) 의원과 김성원 의원이 지난 11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미래포럼 세미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한민국의 혁신과제와 미래비전’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강연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연립 서울시 정부’를 통해 야권의 유능함을 보여주고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놓을 것”이라며 “범야권의 힘을 합친다면 못할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의 발언은 국민의힘에서 분출되는 ‘선(先)입당·후(後)경선’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공관위원장인 정진석 의원은 안 대표에 “희생정신을 보여야 한다”며 사실상 입당을 요구했고,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조은희 서초구청장도 “입당해서 공정하게 경선을 치르는 것이 정도”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경선룰을 △예비경선 100% 국민여론조사 본경선 △국민여론조사 80%·책임당원 20% 등으로 이미 결정했다. 안 대표가 예비경선에서 이겨도 당원 20%가 참여하는 본경선에서 승리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의 요구는 안 대표에게 “후보를 양보하라”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 이에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이날 “좋은 선택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 국민의힘과 ‘당 대 당’ 통합을 통한 공동경선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에 따라 야권 통합은 두 가지 정도의 선택지가 남았다. 국민의힘·국민의당 등 범야권 후보들의 다시 통합 경선을 치르거나, 이마저도 실패하면 선거 막판 단일화가 추진돼야 한다. 이 과정도 험난하기는 마찬가지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김문수 당시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와 안 대표가 막판 단일화에 실패하며 선거를 내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安, 국민의힘에 '총선 무공천’ 빚 갚으라는 것


이런 상황에서 안 대표가 “연립 서울시 정부”를 주장하면서 야권통합의 셈법도 복잡하게 됐다. 이는 안 대표가 말하는 ‘야권통합플랫폼’으로 서울시 선거에서 승리해 범야권 인사들이 서울시 지방정부를 구성하자는 제안이다.

정치권에서는 광역지자체장 선거를 위한 ‘당대당’ 통합에 대해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렵게 생각하고 있다. 각 지역구 당협위원회와 지방의회 인사들까지 이해관계가 얽혀있어서다. 당이 합치면 각 당의 당협위원회와 지방의회 인사들도 모두 합쳐야 한다. 이해관계가 부딪힐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안 대표의 ‘야권 연립 서울시’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한 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안 대표가 지난 2월 28일 “이번(4·15) 총선에서 253개 지역 선거구에서 후보자를 내지 않기로 했다”고 선언하며 비례대표 공천만 했기 때문이다. 지역구 선거에 나서지 않으면서 국민의당의 서울시 조직도 축소되며 정리됐다. 안 대표가 말한 ‘연립 서울시’는 시장선거에서 승리하면 사실상 국민의힘의 서울지역조직을 받겠다는 뜻으로 볼 수도 있다.

안철수 대표가 지난 9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대한민국의 미래와 야권의 혁신과제’를 주제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제는 동시에 안 대표가 국민의힘을 향해 ‘총선 채권증서’를 들이밀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번에는 양보하라”는 의미다. 총선 당시 지지율이 7% 수준이었던 국민의당은 ‘지역구 무공천’ 결정으로 야권의 표 분산을 막고 중도층에 지지를 호소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민의당이 지역구 무공천을 발표한 날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서울 12곳, 경기 6곳의 지역구 등에 대해 후보 추가공모를 받을 정도였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안 대표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공천 갈등과 내홍, 막말 등 논란을 겪으며 수도권 선거에서 대패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야권 연립 서울시로 국민의힘이 챙겨야 할 지역구의 이해관계는 본인이 다 챙기겠다고 한 것”이라며 “대신 총선 때 양보한 빚을 갚으라는 주장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가 승부수를 던지면서 야권통합을 위한 물밑협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지면 대권도 진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2018년과 같은 분열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통합의 주도권을 누가 쥘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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