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부 머뭇대자 보다못한 의료계가 '긴급사태' 선언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20만명 넘어
일본의사회 등 9개 단체 자체 선언

21일 일본 도쿄 거리의 풍경. /AP연합뉴스

일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20만 명을 돌파할 만큼 상황이 심각한데도 정부가 머뭇대자 의료계가 먼저 나서 긴급 사태를 선언했다.

일본의사회, 일본간호사협회, 일본병원회 등 의료 관련 9개 단체는 21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감염 확대로 인해 통상적인 의료를 제공할 수 없게 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며 ‘의료 긴급사태선언’을 발표했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이들 단체는 현재와 같은 감염 확산이 이어질 경우 “코로나19뿐만 아니라 통상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된다”며 신규 확진자를 늘리지 않도록 노력하는 “국민 한명 한명의 끈기 있는 행동이 감염 확대에서 (사태) 수습으로 반전할 돌파구가 된다”고 호소했다.


일본 민영방송사 뉴스네트워크인 ANN에 따르면 나카가와 도시오(中川俊男) 일본의사회 회장은 “누구든 평등하게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일본이 자랑하는 의료 제도가 바람 앞의 등불이 됐다”며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정부 여러분이 의료 긴급사태를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생각할지는 정부의 역할”이라며 “일반 국민도, 의료 관계자도 전원이 단결해 (코로나19를) 극복한다는 의지를 스가 총리가 표명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NHK에 따르면 21일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오후 8시 30분 현재 1,804명이 새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일본의 누적 확진자는 20만1,760명으로 늘었다. 사망자는 48명 증가해 2,978명이 됐다. 이날까지 최근 일주일 동안 일본의 확진자는 1만8,759명 증가했다. 직전 일주일보다 증가 폭이 915명(5.1%) 늘어난 것이다. 21일 확진자는 7일 만에 2,000 명 미만을 기록했으나 통상 월요일에 확진자 수가 적게 보고되는 점을 고려하면 감염 확산이 진정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날 신규 확진자는 월요일 기준으로는 최다 기록이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경기 부양에 더 집중하느라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이날 민영방송 TBS 프로그램 녹화에서 긴급사태 선언에 관해 현시점에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내비쳤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그는 오미 시게루(尾身茂) 코로나19 대책 분과회 회장이 앞서 긴급사태를 다시 발령할 상황에 이르지 않았다고 얘기했다면서 분과회와 계속 상담하면서 대응을 판단하겠다고 설명하는 데 그쳤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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