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법무부 차관. /연합뉴스
대검찰청이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했다. 사건을 시민 단체들이 고발한 데 따라 사실상 검찰의 재수사가 가능해진 셈이다. 다만 친(親)정부 성향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이 사건을 지휘한다는 점에서 이른바 ‘봐주기 수사’를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은 이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했다. 폭행 발생 장소가 서울 서초동이라는 점에서 관할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을 맡겼다. 이는 지난 19일 시민 단체인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 등이 이 차관 등을 대검에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절차에 따라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검찰은 통상 일반적인 폭행 사건의 경우 경찰에 내려보내 수사 지휘를 한다. 다만 검찰은 고발 대상 가운데 경찰 관계자들도 있고 이 차관이 수사 대상인 만큼 민감성을 고려해 직접 수사에 나설 수도 있다.
이 차관은 변호사 신분이었던 지난달 초 늦은 시간 서초구의 한 아파트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택시 기사의 멱살을 잡았다. 택시 안에서 잠든 자신을 깨웠다는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택시 기사는 112에 신고를 했고 경찰은 이 차관의 신분을 확인한 뒤 조사하기로 했다. 이후 택시 기사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히자 경찰은 반의사불벌죄인 폭행죄 처리 방침에 따라 이 차관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
그러나 운행 중인 자동차 운전자를 폭행할 경우 가중처벌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을 따르지 않고 단순 폭행 혐의를 적용한 것에 대해 ‘봐주기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이에 이 차관은 21일 “개인적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하다”며 “제 사안은 경찰에서 검토해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설 수 있으나 논란은 다시 커지는 분위기다. 이 지검장, 이 부장 등 검찰 내 대표적 친여 인사들이 사건의 지휘를 맡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의 장으로, 또 이 부장은 전국 형사사건을 수사 지휘하는 인물로 사건 수사에 관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직 2개월’로 자리를 비운 사이 이 차관을 감싸는 식의 수사 지휘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이 차관에게 폭행당한 택시 기사가 사건 발생 직후의 최초 진술을 나중에 번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이 택시 기사는 지난달 6일 신고 즉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게 “목적지에 거의 왔을 무렵 (이 차관이) 목을 잡고 택시 문을 열지 말라고 욕을 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택시 기사는 사흘 뒤인 지난달 9일 경찰에 출석해 “목 부위를 잡은 것이 아니라 멱살을 잡은 것이고 이미 차를 세우고 난 후 발생한 일”이라고 진술을 번복했다. 택시 기사의 최초 진술이 맞다면 특가법을 적용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손구민·심기문기자 kmso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