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을 앞둔 대한전선(001440)의 주가가 고공 행진하면서 매도자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 프라이빗에쿼티(PE)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업 가치가 인정을 받는 것은 호재지만 자칫 훌쩍 치솟은 몸값 때문에 거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와서다. 대한전선은 지난해에도 매각을 추진했지만 결국 주인을 찾지 못했다.
대한전선의 주가는 22일 전날 대비 75원(4.92%) 내린 1,4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오름세가 주춤하기는 했지만 IMM PE가 매도자 실사 등을 통해 본격적인 매각 채비를 했던 지난 10월 주가가 800원대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80% 이상 오른 가격이다. 세계 1위 기업인 오스테드가 국내에서 첫 사업을 시작하는 등 문재인 정부의 풍력발전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해저 케이블 사업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감이 상승의 원동력이었다. 이에 따라 7,000억 원 수준이었던 시가총액도 두 달 만에 1조 3,000억 원 수준까지 덩치를 키웠다.
<최근 대한전선의 주가 추이>
주가 상승에 예상 매각 가격도 훌쩍 높아졌다. 10월만 하더라도 IMM PE가 매각하는 대한전선 지분 54.94%의 예상 가격은 5,000억 원 정도였다. 당시 800원대 주가에 경영권에 붙는 웃돈 30%가량을 포함한 수치다.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배수를 적용한 기업가치(EV)도 비슷한 수준이다. 대한전선의 최근 5개년 평균 상각 전 영업이익 700억 원에 시장에서 평가하는 상각 전 영업이익 배수(에비타멀티플) 14배를 적용하면 기업 가치는 9,700억 원가량. 매각 대상인 54.94%의 지분 가치는 5,300억 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주가가 1,500원대로 올라서면서 해당 주식의 가치는 9,000억 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주식시장의 기대감이 되레 매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한전선은 지난해 매각에 나섰다가 500㎸ 이상 초고압 케이블 기술이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되는 바람에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주요 인수 후보가 해외 전략적투자자(SI)인 상황에서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이라는 장애물이 생기면서 매각을 한 차례 미룬 것이다. 여기에 거래 가격 산정의 기준이 되는 주가가 상승하면서 인수 후보군이 더욱 줄어들 수 있는 셈이다.
한편 IMM PE는 내년 1월 예비 입찰을 통해 공식적인 매각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