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서울경제 DB
“기존 산업구조 조정과 신산업 육성이 시대적 화두인데 정부 부처 간 사일로(장벽)가 너무 높아요. 세상이 모두 융합하는데 부처도 바뀌어야죠. 공학한림원은 정부와 국회·국민과의 공감대 속에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대안을 제시할 것입니다.”
권오경(65·사진)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2년 임기 연임이 확정된 22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부처끼리 융합 기술 프로젝트를 만들 경우 기획재정부의 예산 지원이 잘 이뤄지도록 했으면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의 석학으로 한양대 석좌교수인 권 회장은 지난 2017년부터 공학한림원을 이끌어왔다. 올해 30개국 공학한림원 회원들이 참여하는 ‘세계공학한림원평의회(CAETS)’ 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위기이자 기회”라며 “학·연·산 최고 리더급 회원 1,200여 명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 산업구조 개편과 지속 성장을 위한 구심점 역할을 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 간 공동 프로그램 추진, 범정부 조정 능력 강화, 혁신 중심 재편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배터리 등은 초격차를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신산업을 키우기 위한 규제 개혁과 생태계 구축에 힘을 쏟아야 한다”며 “디지털 전환, 서비스·플랫폼 산업 육성, 바이오·생명과학 집중 투자를 통해 미국·중국을 앞서 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권 회장은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산업 미래 전략 연구를 마무리해 23일 ‘산업미래전략포럼(한국 산업의 구조 전환:한국공학한림원의 전망과 대응 전략)’ 토론회를 갖고 공론화하기로 했다. 그는 “한국 산업의 구조 전환이 절실히 요구되나 내부 저항으로 지지부진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팬데믹이 내부 저항 극복에 다시 못 올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 연구개발(R&D) 관리 체계의 벤처캐피털 모델 전환 등 산업구조 전환을 위한 7대 추진 전략을 제시했다. 대학과 정부 출연 연구 기관, 기업에 지원하는 정부 R&D 자금이 내년 약 27조 원에 달하는데 기획·집행·평가 과정에서 관료적 잣대보다 성과 위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2030년 주요 5개국에 들자는 ‘G5 메가 프로젝트를 위한 초격차 전략, 신산업 진입 규제 철폐와 기존 산업 퇴출 장벽 해소 특별 대책, 지역 산업구조 전환과 혁신 클러스터화, 전산업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촉진 특별법 제정과 범부처 추진 등도 7대 전략으로 내놓았다.
권오경 공학한림원 회장
그는 “새해에는 한국 산업의 구조 전환을 위한 국가 차원의 어젠다(산업미래전략 2030)에 집중하고 오는 2022년 5월 집권하는 차기 정부에 제안할 정책 총서 발간에도 중점을 둘 것”이라고 했다. 공학한림원은 지난해 “앞으로 5년 이내 구조 개편을 못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핵심 원천 기술 고도화 미흡, 대립적 노사 관계와 고급 인력 부족, 신산업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문제점으로 꼽은 바 있다.
권 회장은 청소년 진로 탐색과 멘토링 사업, 대학 공학 교육 강화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신산업을 하려는 중소·중견기업에서 인재 유치에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데 대학에서 인재를 제대로 양성해야 한다”며 “커리큘럼도 혁신하고, 융합 교육을 확대하고, 돈이 없어 아르바이트하는 데 시간을 뺏기는 학생들을 위한 국가장학재단 설립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대학이나 특성화고 등을 나와 급변하는 사회에 지속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평생교육 시스템도 그가 강조하는 포인트다.
한편 이날 공학한림원 부회장으로는 차국헌 서울대 공대 학장이 유임되고 정진택 고려대 총장,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 전영현 삼성SDI 대표, 송정희 숭실대 겸임교수가 신규로 선임됐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공학한림원 부회장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