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님 대신 달님보며 '소원빌기' 어떠세요

예천천문우주센터, 예약제 1박2일 코스운영
낮에 태양, 토성, 목성 등 천체 관측도 가능
운이 좋으면 비처럼 쏟아지는 '별똥별 쇼'도

예천천문우주센터 위 수많은 별들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다.

지난 21일은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다는 절기인 동지(冬至)였다. 동지부터 해가 길어지면서 반대로 길었던 밤은 조금씩 짧아진다. 그래서 선조들은 죽었던 해가 부활하는 동짓날을 새해 첫날로 보고 역병의 원인이라고 믿어온 악귀를 쫓기 위한 의식으로 붉은 빛깔의 팥죽을 쑤어먹고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었다. 일 년 중 가장 크고 밝은 보름달을 볼 수 있는 시기도 이때부터 시작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맑은 날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밤하늘을 수놓은 별과 보름달을 보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이 때문에 올해 연말에는 해돋이를 대신해 밤하늘을 감상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밤하늘은 화려한 불빛으로 가득한 도시보다 깜깜한 시골이 관측하기 좋다. 대표적인 곳이 경북 예천이다. 예천은 아마추어 천문가들 사이에서 밤하늘을 관측하기 가장 좋은 곳 중 하나로 꼽힌다.


천체망원경으로 본 보름달.

예천천문우주센터 역시 아마추어 천문가가 세운 천문대다. 지난 2004년 문을 연 이곳은 별과 우주를 주제로 한 국내 최초의 테마 공원이다. 천문대에서는 508㎜(20인치) 구경의 대형 천체망원경으로 달의 표면까지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운석이 충돌한 거대한 분화구(크레이터)나 바다·고지대 등이 고스란히 눈으로 들어온다. 요즘 밤하늘에서 관측할 만한 천체는 목성과 토성이다. 망원경 렌즈로 1623년 이후 400년 만에 가장 근접한 목성과 토성을 한꺼번에 관측할 수 있는 시기다. 운이 좋으면 비처럼 쏟아지는 유성우(별똥별)도 목격할 수 있다.

밤에는 물론이고 낮에도 천체 관측이 가능하다. 보조관측실에서는 4연식 태양 전용 망원경으로 태양의 자기폭풍 현상인 흑점과 태양 면을 뚫고 나오는 거대한 불기둥인 홍염을 볼 수 있다. 단순히 우주를 관찰하는 것을 넘어 무중력 등 우주 환경을 체험할 수 있는 1박 2일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천문 관측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천문대 바로 옆에 마련된 숙소에 머물면서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보며 캠핑을 즐길 수 있다.

단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면 관측 중계는 취소된다. 또 코로나19로 입장 인원이 제한돼 예약자에 한해서만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천문우주센터는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격상함에 따라 매년 연말 진행해온 겨울밤 음악회도 비대면으로 전환했다. 올해 주인공인 퓨전 국악 밴드 ‘아우라디야’의 공연은 유튜브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예천=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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