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주의재단 회장 "통일부가 내 대북전단 인터뷰 왜곡했다"

통일부, 언론자료에 美거쉬먼 회장 발언 인용하며
"삐라 살포는 효과적 정보유입 방법 아니라고 해"
정작 거쉬먼은 "삐라가 위협이라니 터무니 없어"
"탈북단체 규제는 민주주의 훼손...북핵이 더 위협"
"北 전체주의 정권과 주민 정보 차단도 최대 위협"
서호 차관 기고문에는 "남북 분단 벽 강화" 비판
통일부, 7월에도 "킨타나, 韓정부 이해했다" 논란
외교부는 CNN 앵커가 文정부 조치 지지한듯 오역

이인영 통일부 장관. /사진제공=유튜브 캡처

통일부가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의 정당성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국제단체 인사의 발언을 ‘아전인수’격으로 왜곡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연일 “‘가짜뉴스’를 엄벌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엄포를 놓는 상황에서 국제 망신을 당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국무부로부터 예산을 받아 북한 인권단체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미국민주주의진흥재단(NED)의 칼 거쉬먼 회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통일부가 대북전단 활동과 관련한 자신의 언론 인터뷰 내용을 잘못 사용했으며 이에 대해 실망했다”고 밝혔다.

앞서 통일부는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 날인 지난 15일 ‘표현의 자유 침해’ 등 국제사회에서 제기된 비판들에 대한 설명자료를 배포하면서 “거쉬먼 회장도 (지난 6월) 미국의 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대북전단 살포가 효과적인 정보유입 방법이 아니라고 밝힌바 있다”고 적었다.


하지만 당시 인터뷰 내용은 제목부터 ‘NED 회장 대북전단 금지 유감’이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의 대북전단 살포 규제에 대해 여러 근거를 들어 비판하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거쉬먼 회장은 이 인터뷰에서 “대북전단이 위협이라고 말하는 것은 완전히 터무니없다”며 대북전단을 살포한 탈북단체에 대한 한국 정부의 규제를 두고 “한국의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만을 손상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반도 평화에 가장 중대한 위협은 북한의 전체주의 정권과 핵무기 프로그램, 그리고 북한 주민들에게 전해지는 정보를 차단하려는 북한 정권의 시도”라고도 말했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연합뉴스

거쉬먼 회장은 또 이날 대북전단금지법의 정당성을 주장한 서호 통일부 차관의 NK뉴스 기고문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정보의 확산을 범죄시하는 것은 서 차관이 말한 바와 같이 더 효과적으로 인권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촉진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반대 효과를 내 남북한 사이 분단의 벽을 강화할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통일부는 지난 7월30일에도 보도자료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려는 한국 정부의 움직임에 비판 의견을 쏟던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킨타나 보고관이 이종주 통일부 인도협력국장은의 설명을 듣고 “한국 정부의 조치에 대해 보다 잘 이해하게 됐다”며 ‘사의를 표명했다’는 내용을 강조했다. 그러나 킨타나 보고관은 그 직후부터 지금까지도 한국 정부와 의회의 대북전단 살포 금지 취지를 한 번도 이해한 듯한 발언을 한 적이 없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최근에는 외교부도 강경화 장관의 CNN 인터뷰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서 앵커 발언을 오역한 것이 논란이 됐다. 앵커는 강 장관이 대북전단금지법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2014년 북한이 대북전단 풍선을 향해 고사포를 발사한 사례를 들자 “듣고 보니 풍선에 고사포로 대응하다니 너무 지나쳤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이 발언에 대해 “말씀을 들어보니 대북전단 살포나 북측의 발포 등의 문제에 대응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고 자막을 달았다. CNN 앵커가 마치 문재인 정부의 대응을 지지하는 것처럼 왜곡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외교부는 바로 내용을 수정하고 “번역 과정에서 생긴 오역, 왜곡이 아니라 실수”라고 해명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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