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증 종용 가능성 높아" 법정구속된 정경심…유죄판결 이유는?

입시비리 혐의 모두 유죄 인정돼
사모펀드 의혹도 일부 유죄 판결
정경심 측 “동의 못해…항소할 것”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심 재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정 교수는 자녀 입시 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임정엽·권성수·김선희 부장판사)는 23일 15개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에게 징역 4년에 벌금 5억 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1억 4,000만 원의 추징금도 함께 부과했다. 재판부는 입시 비리 혐의와 관련해 정 교수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체험 활동 등 모든 확인서가 허위”라며 “피고인은 자기 소개서와 표창장을 의학전문대학원 등에 제출하는 데 적극 가담했다”고 밝혔다. 특히 가장 논란이 됐던 동양대 표창장과 관련해 “위조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가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 PE에서 투자한 2차 전지 업체 WFM과 관련된 미공개 정보를 사전에 취득해 이익을 봤다는 혐의와 재산 내역을 은폐할 의도로 차명 계좌를 개설한 혐의를 유죄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허위 컨설팅 계약을 맺어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 씨로부터 돈을 받아 횡령에 가담했다는 혐의는 무죄로 봤다. 정 교수가 조 씨와 공모해 금융위원회에 출자 약정 금액을 부풀려 거짓 변경 보고했다는 혐의에도 무죄가 선고됐다.

자녀 입시 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관련 의혹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징역 4년의 중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것은 검찰의 공소사실 중 자녀 입시 비리 관련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는 점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정 교수의 딸 조민(29) 씨가 지난 2013년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와 2014년 부산대 의전원 입시에 제출한 체험 활동이나 인턴 등 확인서가 모두 허위라고 판단했다. 조 씨의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인턴 및 체험 활동 확인서,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 인턴 및 체험 활동 확인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확인서, 부산 A 호텔 수료증 및 인턴십 확인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턴십 확인서, 동양대 보조연구원 연구 활동 확인서 등이 전부 허위 작성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해당 서류들에 대해 “조 씨가 다른 지원자보다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오인하도록 했다” “입시평가위원들로 하여금 조 씨가 고등학생 때부터 논문 등을 작성하는 전문성을 갖췄다고 오인할 수 있는 허위 내용이 기재됐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관련 서류들이 제출될 당시 내용이 허위임을 정 교수가 알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도 확인서가 허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인정된다”며 서류가 입시에 활용되는 데 정 교수가 적극적으로 가담했다고 밝혔다.


조 씨가 제출한 각종 서류가 허위로 인정됨에 따라 서울대 의전원과 부산대 의전원의 지원자 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함께 인정됐다. 조 씨는 과거 서울대 의전원에는 1차 서류 합격, 부산대 의전원에는 최종 합격한 바 있다. 검찰은 서울대 의전원에 관해서는 정 교수가 업무방해를 저질렀다고 의심했고 부산대 의전원에 대해서는 정 교수에게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두 가지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조 씨의 서울대 의전원 입시를 두고 “평가위원이 서류가 허위임을 알았다면 서류 평가에서 결격 처리됐어야 했는데 1차 서류 전형에 통과해 입학 담당자가 오인을 하게 했다”며 “서울대 의전원에 합격할 구체적 위험이 발생할 수도 있었던 점을 종합하면 업무방해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부산대 의전원 입시에 대해서도 “위조 표창장 등을 제출하지 않았다면 최종 합격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은 점 등을 종합하면 조 씨의 행위는 ‘위계’고 입학 평가 업무가 방해됐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 대리인인 김칠준 변호사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 교수의 1심 선고 공판이 끝난 직후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교수의 사모펀드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일부 유죄가 인정됐다. 재판부가 유죄로 판단한 부분은 정 교수가 2018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38) 씨로부터 아직 시장에 알려지지 않은 ‘호재성 정보’를 듣고 차명 계좌를 통해 WFM 주식을 대량 매수한 뒤 이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혐의(미공개 정보 이용)다. 다만 재판부는 정 교수가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에 10억 원을 투자한 후 허위 컨설팅 계약을 맺고 회삿돈 1억 5,000만여 원을 횡령했다는 혐의는 무죄라고 결론 냈다.

증거인멸 의혹 부분 역시 일부만 유죄로 판단됐다. 유죄로 인정된 부분은 정 교수가 코링크PE 임직원들에게 자신의 남동생 정광보 씨 관련 증거를 인멸하라고 지시했다는 대목이다. 재판부는 “코링크PE에서 보관하는 정광보 관련 자료는 피고인과 조국의 형사사건 등에 대한 증거”라며 “향후 수사에 대비하기 위해 정광보 관련 자료를 인멸할 고의를 가졌음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의 청문회 제출용 블루펀드의 2019년 2·4분기 운영 현황 해명 자료 작성을 지시한 혐의는 무죄로 봤다. 또 자산 관리인 김경록 PB에게 동양대 PC 등을 은닉하라고 지시한 혐의의 경우 범죄 사실은 인정했으나 역시 무죄로 봤다. 정 교수가 당시 김 PB와 같이 은닉행위를 한 만큼 교사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외에도 재판부는 정 교수가 교육청으로부터 허위 보조금을 받아 조 씨에게 지급한 혐의(사기·보조금관리법 위반)도 유죄로 판단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입시 비리 혐의에 대해 법원이 모두 유죄라고 판단하면서 앞으로 열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재판부가 입시 비리 혐의에 대해 판결하면서 부부인 두 사람이 ‘공모’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25-2부(임정엽·권성수·김선희 부장판사)는 이날 정 교수에 대한 판결 이유를 설명하면서 조 전 장관을 언급했다. “피고인(정 교수)이 허위 인턴 확인서를 발급받기로 조국과 공모한 것이 인정된다”는 대목이다. 일부 혐의에서 조 전 장관의 범죄행위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재판부가 사실상 조 전 장관 본인을 둘러싼 의혹에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반응이다. 다만 조 전 장관 재판의 경우 아직도 1심이 진행 중인 데다 입시 비리 등 공소사실을 두고 조 전 장관 측과 검찰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치열한 법정 공방이 이어질 수 있다. 조 전 장관이 이날 본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더 가시밭길을 걸어야 할 모양이다”고 밝힌 점도 이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조 전 장관은 정 교수에 대한 실형 선고에 “너무나도 큰 충격”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검찰 수사의 출발이 된 사모펀드 관련 횡령 혐의가 무죄로 나온 것만 다행”이라며 “제가 장관에 지명되면서 이런 시련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되었나 보다. 즉각 항소해서 다투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정 교수가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 씨에게 준 5억 원을 투자금이라고 판단했다. 이는 앞서 조 씨 재판부의 판단과는 다른 내용이다. 당시 재판부는 관련 자금을 ‘대여금’이라고 판단했다. 조 씨는 조 전 장관 측이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의 총괄 대표를 지냈다

정 교수는 이날 선고로 남부구치소에 구속 수감됐다. 재판부는 “불구속 재판을 받을 경우 관련 증거를 조작하거나 관련자에게 허위 진술을 종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지난 5월 구속 기간 만료로 석방된 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정 교수 측은 선고 직후 “1심 판결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이경운·이희조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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