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지원금도 결국 빚”…꺾이지 않는 코로나에 커지는 소상공인 한숨

정부, 소상공인 대상 긴급대출 지원키로
“먼저 빌린 돈도 갚을 자신 없는데 막막”
자영업자 대출잔액 6개월 새 10% 증가
임대료 절감 등 지원책 마련 요구 목소리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가 폐업한 모습./허진 기자

“지난 5월 초 ‘이태원 사태’ 때만 해도 어떻게든 버텼는데 이제는 더 이상 버틸 자신이 없네요.”

서울의 한 골목상권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40대 A씨는 얼마 전 중소벤처기업부가 소상공인을 상대로 최대 2,000만원의 긴급대출지원책을 내놨다는 소식을 듣고는 기쁜 마음 대신 불안감이 엄습했다. 앞서 1·2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소상공인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받은 대출금을 다 갚을 자신이 없는 상황에서 빚만 느는 게 맞는가 싶어서다. 그는 직전 대출 때만 해도 열심히 하면 살길이 있을 거라며 마음을 다잡았지만 코로나19가 3차 대유행 국면에 접어들면서 또 다시 대출을 받아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을 위한 금융지원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소상공인들의 근심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고 있다. 확산일로에 있는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지 모르는 마당에 자칫 추가로 받은 대출금이 빚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상인들은 정부의 대출지원 방안에 손을 내밀지, 아예 장사를 접을지 기로에 서 있다고 토로한다.

26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지난해 말(684조 9,000억원)보다 10.26%(70조 2,000억원) 늘어난 755조 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6개월 간의 자영업자 대출잔액 증가율이 지난해 연간 증가율(9.71%)을 뛰어넘은 셈이다.


또 지난 6월 말 기준 자영업 대출 차주(돈을 빌린 사람)는 229만 6,000명으로, 지난해 말보다 38만 2,000명 늘었다. 이는 지난 한 해 증가 폭(14만 4,000명)의 3배에 육박하는 수치로, 최근 5년 가운데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서울 종로구 젊음의 거리 안에 위치한 한 떡볶이 전문점이 폐업으로 문을 닫았다./허진 기자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자 지난 9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에 따른 소상공인들의 영업피해를 보전하기 위해 최대 2,000만원의 긴급대출을 받을 수 있는 지원책을 내놨다. 2% 금리로 대출기간은 5년이다. 특히 일반식당, 카페, 학원, PC방 등 집합금지 및 영업제한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점관리시설의 소상공인은 지역신용보증기금의 보증서를 활용해 2% 금리로 최대 1,000만원까지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지난 1·2차 코로나19 소상공인 금융지원 프로그램에 이어 또다시 긴급대출지원을 통해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돕겠다는 취지에서다.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소식을 반기면서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는 분위기다. 지난 14일 긴급대출을 위한 신청서를 제출한 샌드위치 판매업자 B씨는 “얼마 전 신청한 긴급대출로 1,000만원이 곧 나올 것 같긴 한데 빚을 돌려막는 느낌이라 불안하다”며 “이미 피해액이 너무 쌓인데다 개인 빚만 해도 2억이 넘는 상황이라 직장 생활하던 시절이 그립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소상공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기한 없이 이어지는 만큼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지원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미래에 갚아야 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대출지원 외에도 임대료 절감정책이나 소상공인 위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투입하는 등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소상공인 카드결제 정보를 관리하는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거리두기 격상 2주차인 지난 14~20일 전국 소상공인 평균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68% 수준에 그쳤다. 올해 들어 지난해 주간 대비 최저치로, 매출이 32% 떨어진 것이다. 한국신용데이터 관계자는 “소상공인의 평균이익률을 감안하면 거의 다 적자 상태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허진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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