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밀리면 끝장" 檢개혁에 사활…野 "권력의 사냥개 될 것"

■ 巨與, 공수처 속도전
與, 처장 후보 나오면 즉시 檢개혁특위 꾸려 입법화 전망
"檢 반성 기대 어려워" 수사대상도 거론하며 중립성 훼손
野 "역사의 죄인 될 것" 결사항전…정국 다시 시계제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7일 국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코로나19 백신 등 현안에 대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배현진 원내대변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무소불위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밀어붙이는 것은 ‘윤석열 징계 실패’의 책임론을 회피하면서 지지층의 이탈을 막아보려는 절박한 시도로 풀이된다. 공수처에 힘을 몰아줄수록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는 데도 불구하고 여당은 ‘반(反) 검찰, 친 (親) 공수처’ 노선을 더욱더 강화하고 있다.

실제 여당 내부에서는 “여기서 밀리면 레임덕(정권 말 권력 누수)”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인 국민의 힘은 이에 대해 ‘사법 장악’이라고 비판하며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일갈했다. 야당이 결사 항전에 나서며 정국은 시계 제로 상황에 직면했다.

신영대 민주당 대변인은 27일 오전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공수처의 조속한 출범과 함께 입법을 통한 제도 개혁으로 권력기관의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한 공정한 법 집행을 위해 흔들림 없이 개혁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28일 공수처장 후보가 나오면 즉시 ‘권력기관개혁 태스크포스(TF)’를 ‘검찰개혁특위’로 확대 개편해 검찰에서 직접 수사권을 완전히 분리하는 ‘검찰 개혁’ 입법까지 나설 것으로 보인다. 180석의 범여권이 검찰에서 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하면 공수처는 이른바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된다. 견제 기구가 없는 공수처가 검찰과 경찰·법원 등 고위 공직자에 대한 수사를 독점하게 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내년 출범할 공수처가 검찰을 수사해야 한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신 대변인은 “국민은 판사 사찰, 채널A 검언 유착 사건에 대한 검찰의 감찰 방해 등 법원이 인정한 혐의에 대한 윤 총장의 사과와 반성을 기다리고 있다”며 “스스로의 불법에 관대하다 못해 죄의식조차 느끼지 못하는 상황에 이른 검찰의 진정 어린 반성과 재발방지 대책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는 사실상 공수처의 수사 대상으로 검찰 지도부를 지목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검찰 개혁이 좌초될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돌이킬 수 없는 레임덕에 빠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허영 민주당 대변인이 검찰 개혁과 관련해 “역풍의 빌미를 줘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리얼미터 기준) 지지율이 국민의힘에 역전당했고 문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40%)’마저 붕괴한 상황이다. 이 같은 분위기가 지속되면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검찰 개혁이 윤 총장의 ‘판정승’으로 끝나고 보궐선거마저 패배하면 차기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여당의 판단이다.

여당은 지금까지 ‘입법 독재’ 논란 속에서도 문 대통령의 탄탄한 지지율을 바탕으로 국정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레임덕까지 시작되면 공직사회부터 ‘복지부동’에 돌입하고 늪에 빠진 부동산 정책과 탈원전(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해법 마련도 어려워진다. 문 대통령이 띄운 ‘한국판 뉴딜’ 정책의 동력도 떨어질 것이 자명하다. 이에 공수처를 앞세워 더 강한 검찰 개혁을 추진해 지지층을 결집시켜야 한다는 것이 여당의 판단이다. 김두관 의원이 ‘윤석열 총장 탄핵’과 같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주장을 하는 것도 이 같은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반면 야당은 공수처 출범을 저지하기 위한 총공세에 나섰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살아 있는 권력을 견제하기는커녕, 살아 있는 권력의 사냥개가 될 것”이라며 공수처의 중립성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추천위원들을 향해 “이 정권의 ‘묻지마 공수처 출범’에 동의해준다면 우리 모두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공수처가 출범하면 정권에 반기를 드는 판검사를 탄핵하는 ‘사법 장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 전 의원은 “인사권·징계권 남용이 1단계이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2단계라면 이제 3단계는 ‘판검사 벌초’다. 마음에 안 드는 판검사를 탄핵으로 솎아내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야당은 내심 사법부가 여당의 ‘공수처 속도전’을 제어해줄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앞서 법원은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징계 역시 법적·절차적 흠결이 있다고 판단해 집행정지를 결정했다. 주 원내대표가 이날 △일방적인 입법을 통해 야당의 거부권을 무력화한 점 △사의를 표한 추미애 장관이 추천위원회에 참여하는 점 등을 강조하면서 공수처의 사법적 리스크를 거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야당 측 추천위원인 이헌 변호사는 “야당 추천위원의 비토권 박탈로 공수처장 후보 의결이 이뤄진다면 바로 서울행정법원에 의결 무효 확인 소송과 집행정지,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헌법재판소가 지난 2월(강석진 전 의원)과 5월(유상범 의원)에 낸 공수처법 헌법소원도 결론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법원이 공수처 출범 자체를 저지하기 힘들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 관측이다.

국민의힘은 소송으로 공수처 출범을 저지하지 못하면 국회에서 여당이 밀어붙이는 ‘검찰 개혁’ 법안을 막는 투쟁에 나서야 한다. 이 경우 국회 파행은 피할 수 없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1월 임시국회는 물론 2월 임시국회도 일정을 조율하기 힘들 것”이라며 “여론의 역풍이 없으면 대치 상태가 내년 4월 보궐선거까지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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