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배민 인수하려면 요기요 매각해야"

"경쟁 사라지면 소비자는 쿠폰 줄고 음식점은 수수료 오를 수도"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의 배달의민족 인수에 대해 자회사인 요기요를 매각하라는 조건을 다는 등 조건부 승인 방침을 내렸다.


공정위는 딜리버리히어로의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인수합병 승인 조건으로 요기요를 매각해야 한다는 내용을 달았다고 28일 밝혔다. 공정위는 두 회사 결합에 따른 효과를 분석하면서 경쟁 제한 여부를 판단하는 관련 시장을 직접 전화주문, 프랜차이즈 음식점 앱, 인터넷 검색서비스 등과는 다른 ‘배달앱 ’시장으로 한정했다. 서비스 기능이 구별되고 소비자와 음식점 측면에서 대체가능성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 시장에서 우아한형제들(배민)과 DH(요기요·배달통·푸드플라이)의 점유율 합계는 지난해 거래금액 기준 99.2%로 1위다. 2위 카카오 주문하기와 격차는 98.8%포인트에 달하며 쿠팡이츠, 카카오 주문하기, 위메프오 등 다른 사업자의 점유율은 모두 합쳐도 0.8%에 불과하다. 시장 구조로 보면 두 회사 결합시 경쟁 제한이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한 것이다.

공정위는 여기에 다른 배달앱의 경쟁 압력도 크지 않다고 봤다. 쿠팡이츠가 ‘1주문 1배달’을 통해 빠르게 성장하고는 있으나, 배민·요기요가 주문중개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쿠팡이츠가 높은 비용이 요구되는 서비스를 수도권과 광역시 이외 지역에서도 안정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다른 업체가 신규 진입을 하더라도 소비자와 음식점 확보에 상당한 노력이 필요해 가까운 시일 안에 충분한 경쟁 압력이 될지는 불분명하다고 봤다.

공정위는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배민과 요기요 간 경쟁이 사라지면 소비자와 음식점 등이 손해를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우선 두 회사가 합쳐 배민과 요기요 간 할인 프로모션 경쟁이 사라지면 소비자 대상 쿠폰 할인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 공정위는 점유율과 쿠폰 할인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배민과 요기요가 상대 업체보다 점유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주문 건당 쿠폰 할인을 덜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음식점 유치를 위한 수수료 할인 경쟁이 축소되거나 기존 입점 음식점에 대한 수수료를 인상할 가능성도 있다. 공정위는 음식점이 매출의 상당 부분을 배민과 요기요에서 올리고 있어 수수료를 올리더라도 음식점의 배달앱 이탈율은 1% 미만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 회사가 합친 후 수수료를 올려도 음식점은 ‘울며 겨자먹기’로 이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의미다. 또 두 회사가 쌓아온 ‘빅데이터’로 이용자 주문 행태를 분석해 ‘맞춤형 마케팅’ 등 고효율 마케팅을 할 경우 경쟁 사업자가 시장에 안착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외 공정위는 배달앱 시장뿐 아니라 음식 배달대행 시장, 공유주방 시장에도 두 회사의 결합으로 경쟁 제한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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