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얼어붙어도 ‘집값 상승’ 전망은 또 최고치

■한은 소비자 동향 조사
소비자심리지수 89.8...8.1P 추락
취업기회·가계수입 전망도 악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2P 올라 132

서울 서초구 일대 아파트의 모습./성형주기자

정부가 24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도 집값을 잡지 못하자 향후 주택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역대 최고치를 계속 경신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유행에 소비심리가 꺾이고 취업 문은 좁아져 경기가 얼어붙었는데 집값만 오를 것이라는 심리가 시중에 팽배해 자산 가격 거품 우려가 커지게 됐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소비자 동향 조사’에 따르면 12월 주택 가격 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132로 전월 대비 2포인트 올랐다. 이는 지난 2013년 1월 관련 통계가 처음 집계된 후 가장 높은 것으로 지난달(130)에 이어 최고치를 다시 쓴 것이다.

주택 가격 전망 CSI가 올랐다는 것은 현재와 비교해 1년 뒤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본 응답자가 많았다는 의미다. 주택 가격 전망 CSI는 5월 96 수준에서 6월 112로 급등하더니 3개월 연속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은은 아파트 매매 가격의 오름세가 전국적으로 지속되면서 전망 지수도 올랐다고 분석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 대비 0.29% 올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월세 등 주거비가 오를 것으로 보는 심리도 높게 나타났다. 소비 지출 전망 CSI 중 주거비 항목은 106으로 전월과 같은 수준이지만 5월(99) 이후 계속 상승했다. 집값뿐 아니라 전월세 가격도 꾸준히 오를 것으로 보는 응답자가 많다는 뜻이다.

집값 전망 지수와 달리 최근 경기를 반영하는 지표들은 모두 추락했다. 경제의 기관차인 소비 상황을 보여줄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2월 89.8로 전월 대비 8.1포인트 하락했다. CCSI는 100보다 높으면 소비심리가 낙관적, 낮으면 비관적인 것으로 본다. 12월 지수는 2차 유행이 발생한 9월(79.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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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기회 전망 CSI도 74로 전월 대비 8포인트나 하락했다. 경기 활동이 위축되면서 6개월 뒤에도 취업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 응답자가 크게 늘었다. 현재 경기 판단 CSI(56)와 향후 경기 전망 CSI(81)는 16포인트, 10포인트씩 큰 폭으로 떨어졌다. 생활 형편 전망 CSI는 89로 5포인트 떨어졌고 임금 수준 전망 역시 109로 2포인트 내렸다. 가계 수입 전망도 93으로 3포인트 하락하면서 6개월 뒤 가계 재정 상태가 악화될 것으로 보는 응답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코로나19 3차 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격상 등으로 경기와 가계 재정 상황에 대한 인식이 악화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조지원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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