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희 인턴기자
포털과 플랫폼에 콘텐츠를 얹고 광고와 커머스·핀테크를 장착했더니 이용자들이 돈을 쓰기 시작했다.
국내를 대표하는 포털 네이버와 플랫폼 서비스 카카오(035720)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업계에 불어닥친 ‘언택트 바람’을 타고 성장 동력 확보·수익성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내년에 네이버는 올해 기세를 몰아 일본을 비롯한 해외 영토 공략에 나서고, 카카오는 주요 계열사들의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작업에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가 올해 가장 두드러지게 성과를 낸 분야는 비대면 수혜를 직접적으로 얻은 광고·커머스 분야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이후 온라인 쇼핑은 물론 식사 배달 주문 등이 늘어나면서 두 회사 모두 커머스 영역에서 성과가 두드러졌다. 네이버는 올해 포털 검색 →쇼핑광고 노출→구매 결정 →주문 및 결제→배송 확인 등 쇼핑을 위한 모든 과정을 자체 서비스로 할 수 있도록 해 이용자 ‘락인효과’를 극대화했다. 그 결과 네이버는 올 3·4분기 쇼핑검색광고·스마트스토어 중개수수료·플러스 멤버십 등을 포괄하는 커머스 부문에서 매출액 2,854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0.9%나 성장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지난 3·4분기 기준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수는 38만명에 달한다. 또 일괄 서비스 시스템 구축을 위해 지난 10월에는 글로벌 물류망을 보유한 CJ대한통운 지분 7.85%를 확보하며 3대 주주로 올라서는 등 CJ그룹과 협력을 강화했다.
지난달 24일 진행된 네이버 커넥트 기자간담회에서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네이버
창업 10주년을 맞이한 카카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지난 3·4분기 광고와 커머스 분야를 포괄하는 비즈 분야의 매출 비중이 36.8%(4,056억원)에 달했다. 이 중에서도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광고·커머스 영역인 ‘톡비즈’ 매출은 2,844억원에 달해 ‘카카오톡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광고 매출의 경우 지난해 12월만 해도 일 평균 5억 원에 불과했지만, 1년이 채 안돼 하루 매출이 두 배 이상 성장해 10억 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 방역 목적으로 전자출입명부 QR 체크인 이용이 활발해지면서 카카오톡 샵(#)탭 방문자가 늘었고, ‘선물하기’ 등 커머스 서비스 이용자가 50대 이상으로도 확대되는 등 언택트 효과가 컸다. 카카오는 올 3·4분기 역대 최대 분기 규모인 1조 원의 매출과 영업이익 1,0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간 카카오를 따라 다니던 ‘수익성 부족’이라는 꼬리표를 마침내 떼어내는 데 성공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올해 웹툰·웹소설 등 콘텐츠 영역에서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K-콘텐츠의 무대를 넓혔다. 네이버웹툰은 지난 8월 업계 최초로 유료 콘텐츠 하루 거래액이 30억원을 돌파했다. 글로벌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가 6,700만명에 달한다. 한 달 뒤인 9월에는 카카오재팬이 서비스하는 ‘픽코마’가 전 세계 만화·소설 앱 중 월간 매출 1위에 올랐다. 픽코마의 지난 3·4분기 거래액은 약 1,3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7%나 증가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카카오 공식 캐릭터 라이언 모형이 눈을 마주하고 있다. /사진제공=카카오
두 기업은 B2B 비즈니스에도 힘을 주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달 클라우드 및 협업 도구 서비스명을 각각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에서 ‘네이버클라우드’로, ‘라인웍스’에서 ‘네이버웍스’로 변경하면서 네이버가 가진 기술과 노하우를 버티컬(특화) 솔루션으로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올해는 네이버 B2B 비즈니스의 원년”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내년에는 전 세계 6개 국가에 있는 8개의 리전(데이터센터)을 바탕으로 중소 클라우드 업체들과 동반 진출 하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도 지난 9월 업무용 메신저 ‘카카오워크’를 출시한 데 이어 메신저 내 업무 공간인 스페이스가 최근 10만 개를 넘어섰다. 회사 측은 카카오워크를 시작으로 클라우드·AI 기반 B2B 사업 영역에서 존재감 확대를 노리고 있다. 네이버는 내년에 일본 시장 재진출을 통해 본격적인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다. 라인과 야후 경영 통합으로 일본 시장에서 독보적인 플랫폼을 갖추는 게 1차 목표다. 내년 3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만든 합작 법인이 ‘Z홀딩스’의 최대 주주가 되고, Z홀딩스의 자회사로 라인과 야후가 통합·편입될 예정이다.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 사장은 “인공지능(AI) 중심의 개발을 통해 광고·금융 등 영역에서 크게 성장하고 싶다”며 글로벌 진출 포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도 지난 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웹툰 작가들을 해외에 진출시켰던 것처럼 내년에는 SME(온라인 소상공인)을 해외에 진출시키겠다”고 밝힌 데 이어,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사업자를 육성해 해외진출에 도움을 주겠다”고 밝혔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야후와 라인 통합 법인은 일본 간편 결제 1~2위 결합에 이어 연간 온라인 광고 매출만 4,500억엔(4조7,700억원)에 달하는 등 금융·광고 부문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카카오는 내년에 수익성 개선과 더불어 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지 삼총사 등 자회사 IPO가 내년의 중요 과제다. 회사 한 관계자는 “올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한 만큼 내년부터는 내실화와 고도화가 진행될 것”이라며 “다양한 분야에서 쟁쟁한 경쟁자들과 자웅을 겨뤄야 하기 때문에 카카오만의 차별화된 색깔로 승부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증시가 유동성으로 달아오른 상태에서 ‘카카오 3형제’의 IPO도 눈길을 끈다. 시장의 기대감은 상당하다. 윤을정 신영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내년 주요 자회사의 상장이 예정돼 있는 만큼 핀테크 플랫폼 성과가 확대되는 건 물론 전반적인 플랫폼 지배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혜진기자 made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