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중고차 업체 케이카가 같은 계열 업체인 조이렌트카를 흡수합병한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가 소유한 기업들로 비슷한 사업 모델을 합쳐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한앤코가 케이카를 인수한 지 4년 차를 맞는 만큼 매각을 염두에 두고 본격적으로 덩치 키우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케이카와 조이렌트카는 각각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합병을 특별결의했다. 이번 결의에 따라 케이카는 조이렌트카의 자산과 부채·권리 등을 모두 인수한다. 케이카와 조이렌트카는 한앤코오토서비스홀딩스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당장 케이카의 몸집이 눈에 띄게 커지는 것은 아니다. 케이카의 지난해 매출은 1조 1,853억 원, 조이렌트카는 454억 원이다. 영업이익은 케이카가 292억 원, 조이렌트카는 20억 원이다. 단순 계산으로는 케이카 매출 3.8%가 늘고 영업익은 6.8%가 증가한다.
업계에서는 중고차와 렌터카가 사실상 같은 사업 모델인 만큼 합병을 통해 비용 절감 등 경영 효율성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이렌트카에서 운용한 상태가 양호한 차량을 케이카에서 판매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중고차를 활용한 렌터카 사업은 지금도 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합병을 통해 시너지 이상의 것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한앤컴퍼니가 지난 2018년 케이카를 인수한 후 꾸준히 매출과 영업익이 개선되는 상황에서 기업 가치를 한층 더 끌어 올리려는 조치라는 얘기다. 실제 두 회사가 합병하면 케이카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64%가량 개선된다. 상각전영업이익은 기업 매각 시 기업 가치를 측정하는 지표 중 하나다. 케이카의 지난해 상각전영업익은 427억 원, 조이렌트카는 276억 원이다. 합병 후 상각전영업익은 703억 원이 된다.
한앤컴퍼니가 SK로부터 케이카를 사올 때 적용했던 상각전영업익 멀티플(약 10배)을 적용해 계산하면 매매가격은 7,000억 원으로 껑충 뛴다. 5배만 적용해도 케이카와 조이렌트카를 사왔던 금액을 뛰어넘는다. 조이렌트카의 매출이 케이카의 3.8%에 불과하지만 유형자산 감가가 큰 렌터카 업종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아직 케이카를 사겠다고 나선 곳은 없지만 기업 가치가 커지는 상황인 만큼 높은 가격에 팔릴 가능성도 있다. 최근 VIG파트너스의 중고차 업체 오토플러스가 인수한 AJ셀카는 지난해 상각전영업익이 40억 원에 유형자산(380억 원) 등의 가치를 포함 1,000억 원 정도로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허용된다면 관련 사업에 진출하기 원하는 기업들의 러브콜로 케이카 등 중고차 업체들의 몸값은 더 높아질 수도 있다.
한편 케이카는 “이번 합병은 경영 효율성과 시너지를 위한 조치”라며 “중고차 렌터카 등 관련 사업을 계속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