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와 미국 제약사 모더나가 2,000만 명 분량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공급에 합의함에 따라 우리나라는 4대 주요 백신 공급사들과의 계약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다만 올해 안에 계약을 체결하고 각 사가 약속을 지켜 내년 2·4분기에 국내에 도입된다고 해도 실제 접종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정부가 목표로 하는 내년 3·4분기 내 집단면역 형성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29일 모더나와의 백신 공급 합의로 우리 정부는 총 5,600만 명분의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했다. 정부는 앞서 아스트라제네카(내년 2~3월 도입·1,000만 명분), 화이자(내년 3·4분기 도입·1,000만 명분), 얀센(내년 2·4분기 도입·600만 명분)과의 계약을 완료한 상황에서 글로벌 4대 백신 제조사 중 모더나와의 계약을 남겨두고 있었다. 정부는 여기에 코백스퍼실리티를 통해 확보한 1,000만 명분도 내년 1·4분기에 도입할 계획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노바백스·화이자 등과의 추가 협상이 끝나면 백신 확보 물량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역 당국은 5,600만 명분의 백신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보다 많은 양으로 충분한 물량을 확보했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되는 18세 미만과 임산부를 고려할 때 충분한 양이라는 것이다. 방역 당국은 전체 국민의 60~70% 이상이 면역력을 갖추면 감염병이 더 이상 전파되지 않는 ‘집단면역’을 형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5,600만 명분의 백신은 우리나라 전체 국민 수보다도 많기 때문에 이를 모두 접종한다면 집단면역을 형성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도 전날 “백신 접종 가능 인구는 18세 이상 4,410만 명”이라고 밝혔다. 아직 임상이 진행 중인 얀센의 백신까지 모두 효과적이라면 물량 면에서는 큰 걱정이 없게 됐다.
다만 물량 확보와 접종 시기는 일치하지 않아 내년 3·4분기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내년 2~3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시작으로 3·4분기까지 우선 접종 대상자에 대한 접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각 백신의 실제 접종 시기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는 내년 1월 중 세부적인 백신 접종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양동교 의료안전예방국장은 “우선 접종 권장 대상자의 접종 우선순위 등을 고려해 내년 1·4분기부터 가능한 단계적으로 접종이 시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백신의 항체 유지 기간에 대해서는 방역 당국도 확실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2본부장은 “국제적인 저널에 국내 연구자가 (코로나19) 퇴원 환자 90여 명을 조사한 결과 거의 6개월 이후에도 90% 이상 항체가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를 게재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자연면역은 상당 기간 상당한 수준으로 항체가가 유지되는 것을 국내 학자가 한 번 조사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인공면역 항체가와 관련해서는 국립보건연구원에서도 더 많은 조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셀트리온이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렉키로나주(성분명 레그단비맙, 코드명 CT-P59)’의 품목 허가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40일 이내에 허가·심사를 완료하겠다고 밝혀 이르면 내년 1월 중에 승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에 따르면 렉키로나주는 임상 1상에서 증상 회복에 걸린 시간을 위약군 대비 44% 단축하는 효과를 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역시 “코로나19 항체 치료제가 임상 시험에서 4∼5일 이내에 바이러스를 사멸하는 효과를 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